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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중국의 CCTV는 월스트리트에 대한 다큐멘터리 10부작을 방영하였다. 그중에서 이들은 나이트 캐피털(Knight Capital)의 성공을 비중 있게 다루었다. 이 회사는 NYSE와 나스닥에서 최대의 거래량을 자랑하며 거액의 수익을 거두는 프랍매매(proprietary trading)전문 기업이다. 수익의 원천은 초고성능 컴퓨터를 기반으로 하는 고빈도매매(HFT, High Frequency Trading).

CCTV는 사람들은 별로 없고 반면에 온갖 기계와 컴퓨터 시스템으로 가득 찬 나이트 캐피털의 트레이딩룸을 보여주면서 “머지않은 장래에 월스트리트의 주류는 컴퓨터의 도움으로 자동화된 매매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최소한 이 말은 2012년8월까지는 맞아 들어가는 것 같았다.

이들의 말대로라면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고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전화기를 서너 개 손에다 쥐고 고래고래 악을 쓰는 트레이더는 이제 사라질 운명이었다. 그들은 기껏해야 영화 속에서나 보아야 할 터. 딜링룸은 절간같이 조용한 가운데 컴퓨터끼리 매매하는 모습으로 바뀔 것만 같았다.

그러나 2012년8월1일의 사건이 모든 것을 바꾸어놓았다. 나이트 캐피털이 신규 알고리즘이 추가된 시스템을 돌리자마자 순식간에 4억 4천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였고, 그 탓에 회사는 몰락의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파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주가는 1일 하루에만 32.8% 추락하더니 그 다음 날에는 무려 62.8%나 폭락하는 꼴을 당하였다. 다행히 사건이 터지자 동종기업인 겟코가 전환사채를 인수하면서 자금을 지원하여 파산의 운명은면하였으나회사의 경영권은 넘어갔고, 이제 더 과거의 영광은 찾을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최근 벌어진 한맥증권의 매매사고 소식을 접하면서 나이트 캐피탈의 사례를 떠올렸다. 사고의 원인은 시스템보다는 직원의 잘못 때문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그렇다. 결국은 사람이다. 컴퓨터나 복잡한 알고리즘 혹은 시스템이 아니다. 기술적분석도 같다. 인터넷과 컴퓨터의 도움으로 우리는 온갖 차트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으나, 결국 차트를 해석하는 일은 사람에 달렸다. 사람이 차트를 읽고, 사람이 차트를 해석하고, 사람이 그 해석에 따라 매매한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그리고 기술적분석은 그러한 사람들의 생각을 읽고 앞날을 예측하려고 노력하는 작업이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코스피지수의 차트, 일목균형표를 보았을 때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 그들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것으로 나타난다. 투자자들은 앞날에 대하여 일말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는 있다. 하지만 장래에 대한 확고한 자신은 없다. 그러기에 어정쩡한, 엉거주춤한 상태로 있는 것이다. - 여기까지 쓰고 보니 이거야 원... 무슨 ‘점괘’ 같다. 연말연초에 보는 토정비결, 거기에 이르기를 ‘올해는 동쪽에서 귀인(貴人)이 오리니 목(木)자,금(金)자성 가진 사람을 조심하라...’ 뭐 이런 투이다.

하지만 그냥 점괘가 아니다. 일목균형표를 보면 딱 나온다. 무엇보다도 코스피지수가 구름 안에 갇혀 있는 것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구름 안에 갇혔으니 앞이 잘 보일 리 없다. 주가의 흐름이 답답한 것은 당연지사. 위쪽으로도 오르지 못하고, 아래로도 쉽사리 내리지 않는다. 양적완화 발표 이후 미국의 주가는 꽤 올랐지만, 우리 증시는 신통치 않다. 이유가 있다. 일목균형표는 시장의 균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표. 거기에서 주가가 엉거주춤한 상황이니, 시장의 균형이야 의당 어정쩡한 상태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지난주까지 구름 하단에서 달랑 4포인트만 남긴 상황에서 금세라도 구름 하단을 뚫고 추락할 분위기였던 것은 좀 바뀌었다. 아슬아슬하지만 구름 하단의 지지를 받고 주가가 약간 올랐으니 말이다. 이제 주가가 오를까? 여전히 나는 비관적이다.

몇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첫째, 후행스팬을 보라. 과거 후행스팬이 26일전의 캔들과 만났을 때마다 캔들은 막강한 저항선으로 작용하였다. 11월12일, 11월19일, 그리고 12월2일에 각각 기록한 고점에서 뒤로 후행해보면 정확히 26일전의 캔들과 만난다. 지금도 그렇다. 현재의 지수는 26일전의 캔들과 일치한다. 강력한 저항선이 될 예정이다. 둘째로, 기준선과 저항선이 진작 역전되었다. 이건 누가 보더라도 지금이 명백한 하락세라는 증거이다.셋째로, 구름 하단은 점차 상승하고 있다. 설령 현 위치에서 가만히만 있어도 주가는 구름 하단을 벗어날 수밖에 없다. 마치 가만히 누워 있는데도 이불이 위로 올라가 버리면 저절로 이불이 벗겨지는 꼴과 같다.

이불이 벗겨지면 춥다. 하락세는 더 깊어질 운명이다.

(달러-원 주간전망)

아직은 지난주에 주장하였던 나의 ‘엔/원 롱 전략’이 성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엔/원 재정환율이 지난주 후반에 약간 올라섰기 때문. 엔/원 환율은 100엔=1,000원이라는 벽을 무너뜨리지 않고 반등하였다. 여기에는 달러/원 환율의 상승이 기여한 바 크다. 1,050원의 민감한 지지선은 무너지지 않았다. 지지선이 버텼으니 앞으로 달러/원 환율은 더 오를까?

일목균형표는 누가 보더라도 완연한 하락세이다. 기준선이며 전환선, 구름, 후행스팬 등을 일일이 따져볼 필요조차 없다. 척 보기만 하더라도 답이 나온다. 하락세이다. 다만, 굳이 말한다면 구름과의 이격이 넓다는 점, 그리고 이전까지는 구름이 매우 두꺼웠는데, 앞으로는 구름의 두께가 조금씩이나마 얇아진다는 점 - 그런 정도가 약간의 추가 반등을 기대해볼 근거이다.

물론 반등을 좀 강력하게 우기려면, 근거는 좀 더 있다. 스토캐스틱이 바닥에서 매수로 돌아섰고, TRIX, MACD 등의 중장기 지표들도 스토캐스틱의 편을 들고 있다. RSI에서는 소규모이나마 다이버전스(divergence)까지 엿보인다. 줄잡아 ‘반등’을 외칠 만하다.

그러나 이것을 모두 다 합하여도 일목균형표에서 말하는 ‘대세’ 혹은 ‘균형’을 이겨낼 수는 없다. 반등이 있더라도 단기에 그칠 참. 현 상황에서 대규모, 장기적으로 베팅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내가 ‘엔/원 롱’을 주장한 것은 워낙 금액도 미미하였고(단기 해외여행 경비이니 고작 얼마일까?) 또한 연말을 맞아 환율 변동폭도 소강상태일 것으로 예상하였기 때문.

달러/원도 마찬가지이겠다. 현 시점에서 굳이 방향을 잡는다면 역시 나는 ‘달러/원 롱’을 걸고 싶다. 단기적으로는 그래도 스토캐스틱같은 지표들이 힘을 발휘하리라 믿는다. 그러나 어차피 그래보았자 단기적인 현상이다. 환율의 반등폭 역시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1,065원 이상에서는 구름의 저항이 너무나도 뻔히 보인다.

예전의 경험을 떠올린다면 연말보다는 오히려 연초에 환율의 변동폭이 심했다. 종종 역외의 책동 탓에 환율이 1월초에 급락하거나 급등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올해는 이제 슬슬 저무는데, 연말 장세보다는 정작 내년을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너무 빠른가?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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