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억 칼럼> 백말띠 새해 출산율, 기록적으로 '뚝'
<최기억 칼럼> 백말띠 새해 출산율, 기록적으로 '뚝'
  • 승인 2013.12.2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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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새해에는 백말띠 해 미신까지 겹쳐 아기 울음소리를 듣는 일이 더 힘들어질 것 같다.

2013년 신생아 숫자가 지난해보다 3만여 명이 줄고, 출산율도 1.1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되는데, 2014년에는 출산율이 심하면 1.0명대로 추락할지도 모른다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출산율이 이처럼 세계 최저 수준으로 기록적인 떨어지는 직접적 이유는 경기 불황 때문이다. 결혼을 미루고, 했다 하더라도 육아와 보육에 대한 부담으로 출산을 미루는 부부가 점점 많아져 엄마들의 첫아이 출산연령이 30.5세로 높아졌다. 100년 전 같으면 중년(中年)의 여인들이 첫아이를 낳는 셈이다. 이처럼 되면서 둘째, 셋째 낳기는 더 주저하고 어려워져 출산율은 점점 추락하는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인구 구조학적으로 '베이비붐 에코세대'가 출산 가능연령에서 퇴장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1955~1962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낳은 자녀, 즉 1979년에서 1982년 사이에 태어난 31~34세인 '베이비붐 에코세대'가 혼인과 출산에 정점을 찍고 꺾어지면서 출산율의 전반적 하락을 이끄는 환경을 넓고 깊게 조성하고 있다.

지난 2012년에 11년 만에 초저 출산국에서 벗어났다며 축배를 들다가 불과 1년 만에 다시 출산율 1.0명대의 '초초 저출산국'으로 떨어져, 새해에는 바야흐로 배달의 민족의 숫자가 줄어드는 원년이 될 가능성도 커졌다.

특히 새해는 백말띠라는 복병이 등장해 출산율을 더 떨어뜨리는 빌미를 제공할 전망이다.

웃어넘길 일이 아닌 것이 아기와 관련된 민간의 미신은 한국인들에게는 보이지는 않지만 워낙 영향력이 강해, 백말띠 해인 지난 1966년은 출생 수가 전년보다 27.67%나 감소하고, 그 해에 아기를 낳지 않으려고 수술을 한 건수도 전년보다 4만5천건이 증가했다고 한다.

'일하는 젊은 엄마들'에게 육아와 보육의 열악한 사회 여건이 '고통'이 되는 점을 참작하면, 출산율은 과학적 합리주의가 많이 확산했다지만 이런 속설과 미신에 의해 뜻밖에 타격을 받을 공산이 크다.

시집보낸 딸이 맡긴 젖먹이 손자 손녀 봐주느라 현대판 '볼모'가 돼버린 부모들이 '께름칙한 건 피하라'며 적극적으로 조언한다면 젊은 엄마들에게는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원래 우리 민족의 전통에서 백마는 숭배의 대상이었다. 전문가들은 신라고분 천마총 등에서 유래해 백말띠가 길(吉)함과 상서로움으로 사랑을 받았지만 흉(凶)으로 배척받는 건, 우리 전통이 아니라 일본강점기 때부터 전해내려온 왜색 미신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인들은 백말띠 여자는 기(氣)가 세고, 세(勢)가 날카로워 시집가면 남편을 깔고 앉을 팔자라 하여 이 해에 딸을 낳는 것을 꺼렸다. 또 새해 갑오년이 백말띠라는 근거도 모호하다고 한다. 이 미신의 원산지인 일본의 백말띠도 갑오년이 아니라 병오년이라는 지적이다.

육아와 보육의 인프라 부족으로 총체적인 스트레스를 겪는 젊은 엄마들이 가뜩이나 아기를 낳기 싫은데, 백말띠 해라는 미신을 좋은 핑곗거리로 삼아 피임 유행이 널리 퍼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취재본부장/이사)

tscho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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