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한진해운에 2014년은 생존을 가늠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극심한 해운업황 침체로 대규모 손실이 지속하고 차입부담이 많이 늘어난 탓에 한진해운은 이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능력을 사실상 상실한 상태다.

이에 따라 '독립경영'을 내세워 한진그룹으로부터 '완전한' 계열분리를 추진해 오던 꿈도 신기루처럼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대한항공(한진그룹)과 금융권의 지원으로 연명 기간을 늘리긴 했지만,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영업력 회복으로 수익을 내지 않고서는 '제2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산소호흡기에 기댄 현실…독립경영 사실상 '끝' =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해운업황 침체는 국내 1위의 해운사인 한진해운마저 침몰시켰다.

한진해운의 최근 수년간 실적을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2011년 연결기준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 규모는 각각 5천129억원과 8천239억원에 달했고, 지난해에도 규모가 줄긴 했어도 1천98억원과 6천380억원의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냈다.

올 들어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올해 3분기까지 영업손실과 순손실 규모는 각각 1천366억원과 4천328억원에 이른다.

공급과잉에 따른 운임회복 지연에 주력인 컨테이너 부문의 수익성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어 수익 회복은 요원하다.

실제 현금흐름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환율 하락에 따른 외환환산 손실폭도 커지면서 순손실 규모도 키웠다. 수년째 순손실이 불어나면서 자본력은 더욱 취약해졌고 유동성 상황도 악화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한진그룹 계열의 대한항공에서 돈을 빌려다 빚을 갚아야 할 처지까지 몰렸다.

지난 10월 말 대한항공은 한진해운홀딩스가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 38.08% 가운데 15.36%를 담보로 잡고 한진해운에 1천50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이후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에 실사단까지 파악해 고강도 실사를 통해 자금수지를 점검했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의 경영을 책임졌던 김영민 사장도 물러났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최측근인 석태수 사장이 최고경영자로 선임돼 내려오면서 한진해운은 사실상 한진그룹의 관리하에 들어갔다.

대한항공은 추가로 한진해운에 1천억원의 자금을 지원해 줄 예정이다.

내년 1분기 중에 실시될 예정인 유상증자에도 4천억원 범위에서 자금을 지원한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도 대한항공의 적극적 지원에 화답하듯 이번 주 중에 3천억원 규모로 신디케이트론을 지원할 방침이다.

그간 한진해운이 표방해 왔던 독립경영은 사실상 끝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내년 유상증자에 대한항공이 대규모 자금 지원에 나서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서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은 그룹 전체 지배구조에 대한 조정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한진해운홀딩스와 한진해운의 합병법인을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두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 = 대한항공으로부터 총 6천500억원(지원 예정액 포함)의 지원을 받는 한진해운은 자체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팔 수 있는 것은 다 팔 예정이다.

자산 매각과 유동화, 채권단 지원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 목표치는 총 1조9천745억원이다.

대한항공의 지원액과 채권단의 3천억원 신디케이트론 지원, 채권 만기 연장 등에 따른 비용 축소 등을 빼면 1조원을 조금 넘긴 규모다.

벌크선 사업부문과 국내외 터미널 유동화를 통해 3천억원씩 총 6천억원의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고, 해외부동산과 유가증권 등 비영업용자산도 팔아 887억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주요 거래처 채권 조달과 캠코(자산관리공사) 선박 매각으로 각각 246억원과 1천672억원 등 총 1천918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사실상 팔 수 있는 거의 모든 자산을 내놓은 셈이지만 앞으로 만기도래 차입금을 갚기에는 벅차다는 평가가 많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은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에 대해서는 채권단의 도움을 받는 것을 검토 중이다.

회사채 시장 경색과 신용등급 강등 등으로 만기도래 회사채를 자체적으로 상환 또는 차환할 처지가 안되므로 회사채 신속인수제 신청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에 내놓은 자구계획안에 포함된 내년 차입금 상환 계획에 이를 이미 반영해뒀다.

한진해운이 내년에 갚아야 할 차입금은 1조2천454억원에 달한다.

한진해운은 자산 매각과 함께 사업구조조정과 비용절감을 통한 영업수지 개선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노후 컨테이너선 13척을 매각 또는 폐선하고 컨테이너 적자노선을 통폐합한다. 벌크 적자사업 철수와 축소 등에 나설 경우 총 3천729억원의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흑자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한진해운의 판단이다.



◇업황 회복 통한 영업개선이 최대 변수 = 대한항공과 금융권의 지원, 한진해운의 자구노력 등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단 한고비를 넘겼다며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유동성이 보강되고 자구안이 현실화한다면 재무리스크가 크게 완화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영구채권 발행이 무산되고 금융권에서 신규 대출을 받게 됨으로써 차입금이 되레 늘면서 부채비율을 낮추는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물론 이에 대해 자금을 대주는 채권 은행들은 "어차피 새로운 빚을 받아 차입금을 갚을 것이기 때문에 그런 우려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고 일축하고 있다.

아울러 비교적 돈이 되는 벌크선 전용선 사업부문을 매각하고 노후 컨테이너선을 매각 또는 폐선하게 됨으로써 수익성이 오히려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앞으로 컨테이너 시장이 대형화와 효율화로 방향을 튼 상황에서 경쟁 우위를 지키려면 신형 선박에 대한 확충이 필요한데 그럴 정도의 투자 능력이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크다.

결국은 영업력 회복이 관건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주력인 컨테이너 해운 업황의 회복으로 자생 능력을 갖춰야만 생존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최근 들어 BDI와 컨테이너 운임이 상승하는 것은 한진해운에 다행스러운 시그널이다.

강성진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선박 공급과잉과 P3 얼라이언스 등장으로 컨테이너 해운사들의 원가 절감 압박은 가중되고 있다. 용선료 절감 등 획기적 비용 절감 또는 저원가 선박에 대한 신규 투자 등 원가경쟁력 확보 없이는 큰 폭의 영업실적 개선은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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