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차명주식을 둘러싸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소송을 진행 중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측이 화해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 측은 현재로서는 재판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24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 서관 412호에서 민사14부(부장판사 윤준) 심리로 열린 5차 공판에서 원고인 이맹희 측은 판결 전에 조정에 응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원고 측 변호인은 "가족 간 화합을 위해 원고는 피고 측과 조정을 할 의사가 있다"며 "재판부에서 조정기일이라도 잡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 측의 조정 의사를 들은 후 청구취지 등을 확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피고 대리인은 "몇 차례에 걸쳐 피고 측에 조정의사를 물었지만 현재로서는 그러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피고 변호인은 그 이유에 대해 사견임을 전제하면서도 "이 사건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 과정에서 원고 측의 허위와 거짓 주장으로 선대회장의 유지가 모독당했다는 것이 피고 측의 생각인 거 같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선대 회장의 유지를 말하지만, 살아 계셨다면 이처럼 다투는 모습을 더 싫어하지 않겠느냐"며 "피고 측의 화해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 달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7일 한 차례 더 재판한 뒤 14일에 결심 공판을 열겠다고 밝혔다.

만약 그 사이에 피고 측에서 조정에 응할 뜻을 전할 경우, 결심 공판 후 비공개로 조정기일을 연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는 처음으로 증인이 출석했고, 양측은 증인신문을 놓고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이건희 회장 측은 지난 1981년부터 지난 2011년까지 삼성생명 경리와 관리 관련 부서 등에서 일하며 부사장까지 올랐고, 현재는 고문직을 맡은 한종윤 씨를 증인으로 출석시켰다.

증인은 삼성생명 경리부서에서 근무하며 1980년대 중반부터 회장 비서실 관재팀의 지시에 따라 삼성생명 차명주식 관리와 관련된 업무를 맡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당시 삼성생명 고위 임원 등의 이름으로 돼 있는 차명주식 관리를 회장의 사재를 관리하는 관재팀에서 맡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래서 삼성생명 차명주식의 실소유권은 당연히 선대회장에서 이건희 회장으로 넘어간 것으로 알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고 측은 "삼성 특검 당시 회장 재무팀에 있었던 김용철 변호사 등도 차명주식의 존재를 잘 몰랐다고 진술했다"며 "그런데 계열사 경리과 직원이 차명주식 존재는 물론 관재팀의 존재 자체도 어떻게 잘 알았는지 의문"이라고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이맹희 측은 당시 관재팀의 규모와 차명주식 실권을 실물로 봤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쏟아냈다.

하지만 증인이 대부분 "길게는 30년 가까이 된 일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답하자, 원고 측은 "기억이 잘 나지도 않으면서 증인으로 나오면 어떡하느냐"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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