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유경 기자 = "새해에는 '쉬프트 기어(shift gear)' 능력이 더욱 요구될 것이다"

불황이 깊어지고, 사모투자펀드(PEF) 업계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한 외국계 PEF 임원이 제시한 새해 화두다.

'쉬프트 기어(shift gear)'란 기어를 바꾼다는 뜻으로 상황에 따라 기업 경영이나 투자 활동을 능동적으로 변화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이 임원은 "갈 곳 잃은 자금이 국내 PEF로 몰리면서 기존 PEF는 덩치를 더 키우고, 신생 PEF도 활발히 설립되고 있다"며 "반면 실물경제는 위축세를 벗어나지 못해 소수의 괜찮은 매물을 두고 PEF 간 경쟁만 더 치열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주요 기업 인수·합병(M&A) 딜에서는 PEF들이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을 모두 제치고, PEF들끼리 경쟁하는 일이 빈번하다.

올해 최대 딜 중 하나였던 ING생명보험 한국법인 매각전에는 국내 대표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동양생명·보고펀드 컨소시엄이 경합을 벌였다. 매각가가 1조원을 훨씬 웃돌 것으로 점쳐지는 국내 2위 보안업체 ADT캡스 인수전에는 칼라일과 스탠다드차타드프라이빗에쿼티(SCPE), IMM PE,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 베인캐피탈 등 PEF들만 참여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그는 "국내 투자에 대한 대안으로 해외 시장도 활발히 둘러보고 있지만, 크로스보더 딜은 성사 가능성이 국내 딜의 10분의 1도 안 된다"며 "우수한 딜을 따내려면 국내외에서 최대한의 딜에 가능성을 열어뒀다가 적기에 딜을 성사시키는 쉬프트 기어 능력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과거 불발됐던 딜과 엑시트 시점이 다가오는 딜, 잠재적으로 매각 가능성이 점쳐지는 딜 등 다양한 딜에 대해 평소 늘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가 급진전하는 딜이 있으면 신속히 기어를 바꿔 집중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임원은 업황 악화로 고꾸라진 증권업 등 금융투자업계 후배들에게도 쉬프트 기어 능력으로 새해 위기를 돌파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뛰어난 자질을 갖춘 금융투자업계 후배들이 최근 회사가 어려워져 좌절하는 모습을 볼 때 가슴이 아프다"며 "쉬프트 기어 능력을 갖춰 인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모색, 기회로 삼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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