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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이 사막을 여행했다. 태양이 사정없이 내리쬐었고, 사막은 열기로 불덩어리처럼 뜨거웠다. 목적지를 향해가던 두 사람은 급기야 길을 잃고 말았다. 이리저리 헤매느라 마실 물도 없어졌고 식량도 떨어졌다.

그러던 두 사람은 사막 한가운데에서 무덤 하나를 발견했다. 아들이 울며 말하였다. "저것 보세요. 아버지. 저 사람도 지쳐서 마침내 죽고 말았군요. 이제 희망이 없어요. 우리도 결국 저 사람처럼 길을 찾지 못하고 죽겠지요?" 아버지가 말했다. "아니다. 얘야. 힘을 내어라. 멀지 않은 곳에 마을이 있을 게다. 사람이 없는 곳에는 무덤도 없는 법이니까." 과연 두 사람은 가까운 곳에서 마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목숨을 건진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내가 참으로 좋아하는지라 틈만 나면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준다(내 글의 오랜 단골들이라면 벌써 여러 차례 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반복하는 이유는 많은 것을 깨우치게 하는 교훈이라 믿기 때문. 눈앞에 나타나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있어 아들과 아버지는 크게 달랐다. 경험이 부족한 아들은 무덤을 보고 이 사람도 자기들처럼 지쳐서 죽어버렸다고 비관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산전수전을 겪은 아버지는 달랐다. 그는 무덤이 있다는 것을 곧 사람들이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아버지의 판단은 옳았다.

오늘이면 금융시장의 한 해가 끝난다. 마무리 시점에서 생각해본다. 당신의 2013년은 어떠하였던가? 사실 올해 주식시장은 좋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코스피지수는 지루한 박스권에 갇혔고, 투자자들은 연간 수익률 30% 진입을 노리는 미국 S&P500지수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아야 했다. 개미들이 시장을 떠나고 거래량은 쪼그라들면서 증권사들은 실적 부진에 허덕였다. 구조조정의 바람이 불고 있으며 몇몇 증권사들이 매물로 나왔다. 따지고 보면 시장은올해 내내 ‘사막’을 헤매었던 셈이다. 그러나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무덤은 절망적인 신호가 아니라 오히려 근처에 인가가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였다. 결국 생각하기 나름이다. 희망은 우리 근처에 있다. 당신도 그 희망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4년은 시장의 방향과 상관없이 당신에게 희망의 한해가 되길 진정으로 바란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시장의 전망에 대하여 다소 비관적인 견해를 가진 나도 이번 주만큼은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아니 ‘예상’하기보다는 의당 ‘그래야 할 것’ 같다. 희망에 가득 찬 새해 첫날이지 않는가! 그러나 새해의 ‘금연, 다이어트’ 등과 같은 독한(!) 결심이 작심삼일로 그치듯 연초의 들뜬 분위기 역시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다. 내내 주장해오고 있지만, 일목균형표의 ‘균형’이 도무지 상승하는 쪽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은 11월 하순과 많이닮았다. 당시 구름 상단까지 밀리면서 일촉즉발 하락의 늪에 빠질 것 같던 코스피지수는 구름 상단의 지지를 타고 아슬아슬하게 오른 바 있었다. 그런데 그게 상승세로 이어졌던가? 아니다. 주가는 구름의 벽을 탈 수는 있었지만 결국은 구름 안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지금도 같다. 주가는 구름 안에서 하락하여 급기야 구름 하단에 닿았는데, 11월의 경우처럼 구름 하단의 지지를 타고 아슬아슬 오르고는 있다. 이것이 상승세로 계속 이어질까? 그렇지는 않겠다.11월에구름 상단의 지지력이 제한적이었듯 이번에도 구름 하단의 지지력 역시 한계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저 막연한 주장이 아니다. 차트에 여러 증거가 보인다. 예컨대 후행스팬 역시 26일전의 캔들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기준-전환선은 진작 역전되었다. 지수가 2,000선 근처에서 오르지 못하고 주춤거리는 통에 단기지표 스토캐스틱마저 ‘매도’를 말하고 있다. 이제 모든 것이 마무리되는 단계여서 주가가 구름 밖으로만 나오면 하락세가 본격 시작될 참. 구름이 두껍다면일말의 기대라도 해보겠는데, 그렇지도 못하다. 1월2일과 3일은 일목균형표 변화일. 연초부터 변화의 가능성이 연속 발생한다. 아울러 구름이 대폭 얇아진만큼 시장의 변화는 불가피한 일. 당장에야 새해라는 이유로 주가가 오르겠지만 변화일을 비켜가지는 못할 것이다. 변화일을 전후하여 변동이 예상되는 만큼 나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달러-원 주간전망)

전에도 같은 이유로 투덜거린 적이 있는데, 달러-원 환율은 종종 기술적분석의 범주를 벗어나 있다. 다른 모든 것을 도외시하고 오로지 ‘차트’로만 본다면 달러-원의 추세는 명백히 하락세이다. 모든 것이 하락 일변도이다. 일목균형표는 말할 것도 없고, 스토캐스틱, MACD 등등의 보조 기술적지표 역시 몽땅 “하락! 매도!”를 주장한다. 또렷하다. 그러니 달러-원의 기술적분석은 종종 다른 분야를 넘나들 수밖에 없다. 때로는 ‘설마!’에 기대어예측하는 일도 있다. ‘설마 1,100원이 무너지려고’, ‘설마 당국이 눈뜨고 당하기야 하겠어?’ ‘설마 1,050원이야 지키겠지’ 등등. 12월까지는 그런대로 먹혔다. ‘설마 올해 안에 환율이 급락하지는 않겠지라는 공감대도 통하였다. 하지만 이제 2014년이면 사정이 다르다. 더구나 과거의 경험으로 미루어 연초에 환율이 급등하거나 급락하였던 경우가 많았다. 12월말까지는 외환시장이 휴가분위기였지만 1월이면 그게 아니다. 다시 전쟁이 시작되었다. 환율은격랑으로 들어갈 공산이 높다. 어느 쪽일까? 말할 것도 없다. 추세가 하락세인지라 환율이 내릴 가능성이 훨씬 크다. 연말까지는 1,050원이 나름 지지선으로서 역할을 하였지만, 새해는 다르다. 일단 심리적지지선 1,050원이 무너진다면 그다음의 지지선이 무엇일지는 즉각 말하기도 어렵다. 그 아래쪽 차트는 텅 비었다. 자칫 1,000원까지 내처 달릴 수 있다. 이런 판국인즉 환율이 오르는 쪽으로 예상하려면 다시 ‘설마’를 외치는 수밖에 없다. 당국이설마가만히 있을까? 설마 글로벌시장에서 달러-엔이 105를 넘나드는데 달러-원만 하락할까? 설마. 설마. 설마... 기술적분석으로만 판단하면 의당 환율의 방향은 또렷해지지만 그놈의 ‘설마’가 우리를 어렵게 만든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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