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2일 발표한 '2013년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서 우리투자증권은 주요 8개 부문 중 3개 부문을 휩쓸었다. 다른 부문에서도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국내 최고 IB의 면모를 보였다.

반면, NH농협증권의 성적은 초라했다.

NH농협금융지주가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두 증권사의 결합이 IB 부문에서 제대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IB업계는 의문을 제기하게 되는 이유다.

더군다나 우리은행이 다른 곳에 팔리면 우투증권도 은행을 기반으로 한 IB 영업에 타격을 입는다.

물론 막강한 리테일망을 자랑하는 NH농협과 만나게 되지만, 농협의 법인영업 부문이 상대적으로 약한데다 우리은행처럼 유기적인 업무 협조가 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자칫 기존 우투증권의 역량이 훨씬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이는 리그테이블에서 농협증권의 위상에서도 잘 드러난다.

연합인포맥스의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은 IPO 주관, 유상증자 주관, 채권 주관·인수(은행채 제외), 주식관련채권 주관·인수, M&A재무자문과 M&A법률자문(완료된 경영권이전 거래 기준),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주가연계펀드(ELF) 설정 등 주요 8개 부문과 수많은 세부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여기서 농협증권은 지난해 단 한 건의 IPO 주관 실적도 거두지 못했고, 유상증자 주관에서는 실적을 낸 23개 기관 중 17위(자문금액 162억원)에 그쳤다.

채권 주관에서는 35개 기관 중 19위, 인수에서는 36개 기관 중 15위로 그나마 선전했다. 주식관련채권 주관에서는 실적을 낸 13개 기관 중 12위, 인수에서는 15개 기관 중 12위에 불과했다.

M&A재무자문에서는 완료기준 경영권이전과 그 외 딜을 포함한 종합 순위에서 29위 기관 중 26위에, ELS 발행에서는 24개 기관 중 17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피인수되는 우투증권은 화려하다.

우투증권은 IPO와 유상증자 주관, 주식관련채권 주관·인수 등 3개 부문을 석권했다.

M&A재무자문에서 주요 부문인 완료기준 경영권 이전 순위에서는 5위였으나 종합 순위에서는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했고,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2위, 채권 주관 4위, 채권 인수 5위, 파생결합증권(DLS) 발행 2위 등 전 분야에서 고른 활약을 펼쳤다.

특히, 외국계 IB의 잔치판이었던 M&A재무자문에서 최근 수년간 국내 기관 중 최고의 성적을 거둔 곳도 우투증권이다.

이러한 우투증권과 농협증권이 IB 부문에서도 시너지를 낼 것인가.

낙관론보다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우투증권이 상대적으로 법인 부문이 약한 농협을 만나 IB의 강자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투증권의 자체 역량이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그 바탕에는 우리은행이라는 지원군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른바 계열은행과의 연계 영업이다.

예를 들어 은행계열 증권사들이 큰 기업의 매각 자문사에 이름을 올리는데, 이는 해당 기업의 채권단에 계열은행이 포함돼 있어 혜택을 받는 경우가 많다.

과거 농협증권도 큰 거래에서 재무자문 실적을 신고했으나 농협이 주요 채권단에 포함돼 있을 때 '숟가락만 얹은' 경우가 많았다.

농협증권도 연계 영업을 바탕으로 IB 부문을 꾸준히 강화했으나 리그테이블 성적을 볼 때 더딘 성장을 보이고 있다.

물론, 농협증권이 '점령군'이 아닌 배우는 자세로 우투증권과 결합한다면 상황은 다소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여기에도 농협이 법인영업력을 강화하고 우투증권의 핵심인력이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는다.

IB 업계 관계자는 "우투증권의 IB 역량이 그대로 유지되느냐의 여부는 전적으로 농협과 농협증권에 달려있다"며 "농협 측이 기존 시스템을 우투증권에 강요한다면 합병증권사의 리그테이블 실적은 현재의 농협증권처럼 초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증권부 기업금융팀장)

scoop21@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