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당국이 유독 파생상품 관련 금융 사고에 약한 징크스를 또 한 번 드러냈다. 중소 증권사인 한맥증권이 지난해 마지막 옵션만기일에500억원에 육박하는 금융사고를 낸지 한달이 지나고 있지만금융당국은기본적인 진상조사 결과도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전에도 파생금융상품 관련 사고가 나면 제 때 대응하지 못해 비판을 받고는 했다. 지난 2010년 11월 도이치증권이 주도한옵션 쇼크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도이치증권에서 옵션 쇼크를 주도한 사람들은 아직도 국내 사법 당국의 심판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맥증권 파생상품 사태도 도이치증권의 사례와 비슷한 패턴으로 전개되고 있다. 파생금융상품 전문가들은 거래 질서를 교란한 해당 사건에 대해 당국의 대응이 너무 느리다고 질타하고 있다. 자동매매 관련 시스템에 관련 변수를 잘못 입력해서 사고가 발생했다는발표에 허점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변동성 등 변수를 잘못 입력해서 벌어졌다고 보기에는 석연찮은 대목이 한 두 군데가 아니기 때문이다.

급기야 여의도 증권가를 중심으로 이번 사태와 관련된 괴담까지 나돌고 있다.

괴담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당장옵션 만기일에 동시호가 주문이 어디에서 이뤄졌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전에 설정된 옵션 거래 한도가 지켜지지 않은 게 단순한 변수의 입력 잘못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해당 거래 이득을 특정인이 독식했다는 괴담까지 나돌고 있다. 그동안 차익거래를 활발하게 하지 않았던 모 외국법인이 국내 3개 증권사에 세개의 계좌를 통해 모두 400억원에 이르는 이익을 챙겼다는 게 괴담의 핵심이다. 모두 금융당국이 최대한 신속하게 파악해서 시장에 명명백백하게 밝혀야할 사안이다. 당국이 의지만 가지고 있다면 긴 시간을 들이지 않고 확인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파생상품 관련 금융사고가 개미투자자 등 소비자와 관계되면 너무 과도하게 움직이는 징크스도 갖고 있다. 11개 증권사의 대표를 고발했지만 모두 대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ELW 불공정 거래 혐의가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금융당국은 증권사가ELW 전용선을 부당하게 이용해 힘없는 개미투자자들을 갈취하는 것처럼 발표했다. 대법원은 최근 금융당국의 무리한 법률 적용에 대해 11개 증권사 대표 전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금융당국이파생상품에 대한 무리한 제재를 가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이던 국내 파생상품 시장은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파생상품시장의 거래량은불과 2년만에 5분의 1 토막이 났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27.8%나 줄었다. 지난해 파생상품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332만 계약으로 재작년(740만 계약)보다 55.1% 급감했다. 2011년 하루 평균 거래량인 1천584만 계약의 21%에 불과한 규모다.

전문가들은 파생 시장 등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로 금융감독당국의 지나친 규제를 꼽고 있다. 세계 최고의 명품이라는 칭송을 받던 우리나라 주가지수선물옵션 등 파생금융시장이 당국의 냉탕·온탕식 관리에너무 초라해 지고 있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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