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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말처럼 미운 것도 없다. 주가가 폭락하면 으레 “내 이럴 줄 알았다. 진작 팔라고 주장하지 않았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정말 밉다. 그런 말을 들으면 한 대 패주고 싶다. 당한 사람은 속이 아픈데, 위로한답시고 오히려 화를 돋우는 격이다.

그런데 사실, 그들도 몰랐다. 그러면서도 어떤 일이 터진 다음에는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착각한다. ‘사후확증편향’이라는 심리특성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에 얼마나 엉터리가 많은지 독일의 경제학자 하노 베크는 <부자들의 생각법>이라는 책에서 ‘주가 움직임을 자기가 사전에 예측했노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를 만나면 “그래서 얼마나 버셨는데요?” 되물어보라고 충고한다.

그럼에도, 나는 “내 이럴 줄 알았다”라고 말해야겠다. 다음 글을 읽어보라. ‘모든 것이 마무리되는 단계여서 주가가 구름 밖으로만 나오면 하락세가 본격 시작될 참. 1월2일과 3일은 일목균형표 변화일. 당장에야 새해라는 이유로 주가가 오르겠지만, 변화일을 비켜가지는 못할 것이다. 변화일을 전후하여 변동이 예상된다.’ - 지난주(12월30일) 바로 이 칼럼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물론 지난주만의 일은 아니다. 그 이전에도 내내 똑같은 주장이었다.

'거봐, 예상대로 폭락했잖아. 맞췄지? 어때, 신기하지?’라고 떠들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나도 무섭다! 일목균형표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따름이다. 지난주에 일목균형표의 변화일을 언급하며 주가에 큰 변동이 있을 것이라 주장한 이유는 딴 게 아니다. 구름이 매우 얇았기 때문이다. 일목균형표 이론에 의하면 구름이 얇을 때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나는 그 원칙을 따랐다. (지난주, 혹은 그 이전의 칼럼을 다시 읽어보라)

구름이 얇을 때 왜 변화일이 되는지 상식적이자 논리적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구름이 얇다는 것은 선행스팬1(=기준선과 전환선의 중간값)과 선행스팬2(=52일간 최고, 최저치의 중간값)의 차이가 없음을 의미한다. 달리 표현하여 최근 52일간 주가 변동폭이 별로 크지 않았다는 말이다. 시장은 어차피 변동하게 되어 있는 법. 오랫동안 주가가 움직이지 않았다면 조만간 변동성이 폭발할 때가 되었다. 마치 시한폭탄처럼 잠재해 있다가 이번 연초의 주가하락으로 나타난 것이다. 알고 보면 어렵지 않다. 일목균형표는 ‘마술’이나 ‘비법’이 아니다. 시장의 균형을 알아보기 쉽게 나타내는 방법에 불과하다. 신비주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결코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당신도 물론 할 수 있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소위 ‘1월 효과’로 불리는 연초의 상승세는 1월2일, 개막일 초반 몇십 분으로 끝났다. 플러스로 출발한 지수는 이후 마이너스로 내려앉았으며 그러다가 ‘폭락’ 상태로 바뀌었으니 말이다. 새해 첫날부터 연거푸 큰 폭의 주가하락을 얻어맞은 시장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올해 내내 이런 상태가 되지는 않을까 불안하다. 그러나 앞서 주장하였듯 이건 그야말로 “내 이럴 줄 알았다”가 된다. 일목균형표에 다 나와 있었다. 변화일을 피하지 못하였으니 필연적 귀결이다.

일목균형표를 만든 일목산인은 특히 후행스팬의 역할을 강조하였는데, 최근의 주가 움직임에서도 후행스팬의 위력은 막강하다. 후행스팬과 26일전 캔들이 만날 때마다 일진광풍이 몰아쳤고, 주가는 어김없이 캔들의 저항을 이기지 못하고 나가떨어지는 모습을 연출하였다. 이번 연초의 경우도 똑같다. 틀림없었다.

사실을 말한다면 상승추세의 편으로는 이제 모든 것이 끝난 셈. 일목균형표로서는 주가상승을 기대해볼만한 ‘거리’가 하나도 없다. 후행스팬을 앞서 언급하였지만, 그 외에도 기준선, 전환선, 구름 등이 모두 상승추세에는 등을 돌리고 있다. 죄다 하락추세를 예고하는 쪽으로 뒤바뀌었다. 그러니 향후 추세를 예상한다면 의당 하락세일 수밖에 없다. 주된 추세의 방향은 하락세이니 주식을 매수하기보다는 매도, 혹은 주식보다는 현금보유가 당분간은 더 현명한 전략이리라 믿어진다.

연초부터 희망한 전망을 말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여 나 역시 불편하다. 그러나 어차피 주가는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는 것. 내 눈에는 현재의 추세나 시장의 균형이 하락세로 보이는데, 그걸 반대로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지금부터는 소위 ‘데드 캣 바운스’, 즉 주가하락이 커지다 보면 가끔 나타나는 소폭의 반등 이외에는 기대할 것이 없다.

일각에서는 1,950이나 1,940선 혹은 1,900선 등의 특정한 수준을 지지선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추세가 하락세로 뒤바뀌었다면 그런 지지선은 의미가 없다. 바닥을 기대하고 매수하는 전략 역시 위험하다.

(달러-원 주간전망)

코스피지수의 일목균형표는 그래도 뭔가 다채롭다. 전환선이 반등하는 것 같더니 다시 하락세로 뒤바뀌었고, 구름의 두께는 현저하게 얇아졌으며, 후행스팬은 26일전 캔들과 부딪치며 저항을 받았다. 나름 흥미진진하다. 할 말이 많다. 그러나 달러-원 차트는 지극히 무미건조하다. 단번에 답이 나온다. 하락세이다. 끝!

달러-원 차트에서 일목균형표 구름은 두껍다. 막강한 음운이다. 차가운 하락의 기운, 음기(陰氣)가 가득하다. 추세의 기준이 되는 기준선은 내내 밀리고 있으며, 추세전환을 알려야 하는 전환선은 하락추세로 요지부동, 바뀔 기미가 없다. 후행스팬은 아예 26일전 캔들에서는 멀찌감치 떨어져 내려가고 있으니 저항 어쩌고 할 것도 없다. 하락세이다. 볼 것도 없다. 쉽다.

더구나 시간적으로 작년에야 1,050원이 의미 있는 지지선의 역할을 하였지만 해가 바뀌었으니 그것도 달라졌다. 실제로 1월2일 장중에 1,050원이 무너진 바 있다. 기술적분석 교과서에 이르기를 한 차례 무너진 지지선은 지지력의 강도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고 하였다. 한 차례 무너졌으니 두 차례, 세 차례 무너지기는 그만큼 쉬워졌다는 말이다.

대세가 정해졌고, 워낙 뻔~한지라 별로 길게 말할 것도 없다. 하락세의 와중에 간간이 반등은 나타나는 정도일 터. 그런데다 이미 엔-원 환율에서 100엔=1,000원이라는 심리적 연결끈도 끊어진 상황인지라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 인덱스가 강세를 보인다거나 달러-엔이 105엔을 넘어 올라보았댔자 그게 달러-원에 크게 영향을 미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달러-엔 차트에는 단기적이나마 하락의 기운이 감돈다. RSI에서는 괴리(divergence) 현상이 발견되고, 스토캐스틱, MACD, TRIX 등 지표들도 ‘매도’를 주장하고 있다. 달러-엔이 상승할 때에 달러-원은 별 영향을 받지 못했지만 달러-엔이 하락한다면 되레 그걸 핑계로 하여 달러-원이 하락할 공산은 높다. 이래저래 달러-원은 하락할 운명인가보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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