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수년째 침체기를 겪고 있는 국내 부동산 시장은 이제 서민자산이라는 한정된 개념에서 벗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집값 하락·전세난과 맞물리는 등 가계부채의 핵심변수로 떠오르며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작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도 이러한 위험을 고려해 4.1대책과 8.28대책 등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거래량과 가격이 조금 꿈틀대며 시장회복 기대감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연합인포맥스는 국내 최고의 부동산 전문가 5명을 대상으로 박근혜 정부 2년차인 올해 부동산 시장에 대해 물어봤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

(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변동성이 줄어든 저성장 체제에선 부동산 구매 타이밍을 잡기 위해 조바심을 낼 필요가 없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7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부동산을 투자재로만 보는 왜곡된 가치관에 대해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베이비부머의 은퇴 등 고령화와 잠재성장률 하락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인 저성장 체제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서둘러서 집을 사야 할 필요성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또 일본의 부동산 폭락처럼 국내 부동산 시장도 일본의 전철을 밟으며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지나치다는 게 박 위원의 생각이다.

박 위원은 "유사한 성장 경로와 인구산업구조 등을 근거로 국내 부동산 시장이 '일본화'될 것이란 공포감이 있다"며 "일본 부동산 버블은 네덜란드 튤립 버블 이후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희귀한 사건으로 일본 케이스에 포박돼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그는 "저성장 체제에선 집을 사고파는 것이 강요될 수 없는 개인의 선택"이라며 "집을 재테크 수단이 아닌 본래 목적인 주거의 공간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은 "구매 타이밍을 잡는다는 말 자체가 주택을 거주의 수단이 아닌 교환의 수단으로 본다는 의미다"며 "아파트 가격 때문에 불행을 느끼는 가격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선 집을 안식처로 여길 수 있도록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년 부동산 시장에 대해선 가격을 끌어올릴 요인인 호재와 하락요인인 악재가 시소게임을 벌이는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도권 주택시장이 실물경기 회복과 전세난에 따른 매매수요 전환으로 보합세, 일부 지역에선 강보합세를 나타내겠지만 본격 상승세로 돌아서긴 어렵다는 게 박 위원의 진단이다.

박 위원은 "수도권을 기준으로 전체적인 시장 여건은 2013년보다는 나을 것 같다"며 "거시경제를 비롯한 실물경기의 회복과 전세 수요의 매매 전환, 정부의 정책 등이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주택시장이 투자자 중심에서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실물경기가 큰 변수로 작용하는 상황이 됐다"며 "실물경기가 바닥권에서 벗어나 소득과 일자리 여건이 개선되면서 구매력과 유효수요를 확대시킬 것이다"고 예상했다.

또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 정책과 치솟는 전셋값에 보증금 회수 부담을 없애고자 매매에 나서는 수요 등도 가격 상승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과중한 가계 부채 문제와 수도권 주택수요의 지방 이전, 부동산 시장의 저성장 체제 돌입 등은 시장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됐다. 실물 경기 회복이 주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겠지만 이를 과대평가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박 위원은 "전세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을 조달하기 위해 은행 대출을 낸 경우가 많다"며 "경제성장률 상승으로 내수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가계부채에 대한 부담 때문에 당장 주택 구매가 살아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일 치솟는 전세가격은 내년에 상승폭을 줄여갈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들어 전세가격의 상승세가 가팔랐던 데다 신규 입주물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박 위원은 "전세의 월세전환에 따른 전세 물량 감소에도 수요는 여전해 전셋값이 고공비행했다"며 "올해 전세가격이 지나치게 많이 올랐고 분양시장이 유난히 좋아 상승폭이 둔화될 것이다"고 예측했다.

한편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에 따른 금리 리스크에 유의해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수익성 부동산의 경우 금리 인상에 따라 수익률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평가됐다.

박 위원은 "금리 상승은 부동산 보유자에겐 메리트 하락으로, 수요자에겐 신규 진입을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매도자와 매수자의 힘겨루기 속에 가격이 하락 압력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대출을 통해 투자하는 수익형 부동산 시장은 금리 변화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구조다"며 "금리 변동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출렁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박 위원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월세화를 늦추기 위해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장 변동성을 축소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정부가 월세화 속도를 늦추려면 전세 공급 확대를 유도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전세를 내놓는 사람에게 세제상 인센티브를 주고 과세 사각지대인 월세 시장을 투명화해야 한다"며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임대 주택도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꾸준히 확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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