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수년째 침체기를 겪고 있는 국내 부동산 시장은 이제 서민자산이라는 한정된 개념에서 벗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집값 하락·전세난과 맞물리는 등 가계부채의 핵심변수로 떠오르며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작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도 이러한 위험을 고려해 4.1대책과 8.28대책 등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거래량과 가격이 조금 꿈틀대며 시장회복 기대감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연합인포맥스는 국내 최고의 부동산 전문가 5명을 대상으로 박근혜 정부 2년차인 올해 부동산 시장에 대해 물어봤다.>
 

 

 
(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정부의 부동산 정상화 대책 등으로 작년 거래량이 증가하는 등의 효과가 나타났지만, 오는 3월 이후부터는 다시 시장이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부동산시장 회복의 전제조건으로 지목되는 우리나라 경제 기초체력이 튼튼하지 못한 탓에, 정부 대책은 단기적인 효과만 볼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9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전세수요를 매매로 옮기겠다고 하는데, 정부가 세재 등을 지원하더라도 집값이 내려간다고 생각하면 집을 사려고 하겠느냐"며 "집을 사는 동기의 70%가 집값 상승 기대감이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이어 "연 1% 금리의 공유형 모기지 등으로 몇 달 동안은 약발 있더라도 이사철 수요가 끝나는 3월 이후에는 다시 냉랭해질 것"이라며 "우리나라 경제의 펀더멘털이 좋아지지 않는 한, 어떠한 정책을 갖다놔도 일시적 효과만 있을 뿐이다. 정부가 예상하는 대로 3~4% 성장률이 나오더라도 가계 주머니는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박 위원은 가계부채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 출구전략으로 글로벌 금리가 2~3% 급등하면 우리 시장도 오르고, 정책금리도 따라 올라가게 된다"며 "현재 연 2.5%인 기준금리가 3.5%까지만 오르더라도 시중금리는 더 많이 오르기 때문에 가계부채 문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기준금리와 시중금리의 상승으로 서민층의 소비가 줄고, 금융기관의 연체율 오르면 파산이 속출할 수 있다는 게 박 위원은 설명이다.

박덕배 전문위원은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 석사를 마치고, 미국 뉴욕주립대(버펄로) 경제학 박사를 수료했다. 이후 하나경제연구소 금융조사팀장을 거쳐 현대경제연구원과 성균관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다음은 박덕배 위원과의 일문일답이다.

--현재 주택시장은 어떠한 상태라고 보나.

▲주택시장 지표의 근거가 되는 수급동향을 보면 초과공급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마찬가지다. 특히 중대형 면적이 심하다. 누구나 넓고 좋은 집에 살고 싶지만, 여건이 받쳐주지 못한다. 또 인구구조에서 3인 이하 가구는 증가하지만 4인 이상 가구는 줄고 있다. 수도권에서 4인 가구는 84㎡(구 25평) 수준이 적합하다. 그런데 소형면적은 아직 부족하다. 고령인구와 자식 없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반듯한 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하지만, 그들은 여건이 안 된다. 그게 전셋돈만 오르는 이유다.

--집값은 오를까.

▲ 정부는 전세수요를 매매로 옮기겠다고 하는데, 정부가 세재 등을 지원하더라도 집값이 내려간다고 생각하면 집을 사려고 하겠느냐. 집을 사는 동기의 70%가 집값 상승 기대감이다. 공유형 모기지 등으로 몇 달 동안은 약발 있더라도, 내년 3월 이사철 이후에는 다시 냉랭해질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의 펀더멘털이 좋아지지 않는 한, 어떠한 정책을 갖다놔도 일시적 효과만 있을 뿐이다. 정부가 보는 대로 3~4% 성장률이 나오더라도 가계 주머니는 나아지지 않는다.

--그럼 언제까지 집값이 내리나.

▲ 주택 초과공급이 억지로 조절되지 않는 한 이런 분위기는 제법 오래갈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기회가 있었다. 당시 정부가 6개월에서 1년이하 기간에 집값이 조정되게끔 놔뒀어야 했다. 그랬다면 가계 부채 문제도 해결됐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정권 자체가 용납을 못 했다. 억지로 금리 내리고, 원금 안 갚아도 되게 했다. 대출도 장려했다. 역사적으로 보자. 80년대 후반에 부동산 가격이 매우 뛰었다. 그러다 90년대 초반 10% 이상 크게 빠진 적이 있다. 이후 서서히 가격이 조정되며 2005~6년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이게 패턴이다. 90년대는 반도체 등으로 경기가 좋아서 서서히 가격이 조정됐다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경제가 안좋다. 가격 유지 정책으로 갭이 조정이 안 되고 있다. 언제 어떻게 해결될지는 모르겠다.

--가계부채 문제를 짚고 가지 않을 수 없다.

▲ 가계부채는 고혈압이다. 다른 부분이 모두 건강하면 안터질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충격이 오면 부각된다. 족쇄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주요 국가 중에 가장 위험한 수준이다. 먼저 취약계층 터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출구전략으로 글로벌 금리 2~3% 폭등하면 우리 시장도 오른다. 소비가 줄고 취약계층이 무너진다. 금융기관도 마찬가지다. 기준금리가 연 3.5%까지만 오르더라도 가계부채 문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기관의 연체율오르고 파산이 속출할 수 있다. 현재 대출자의 77%가 원금을 안 갚고 있는데, 연체율 상승 등으로 대출자에 원금 갚으라고 종용하면, 부담이 안 될 수 없다.

--단기부동자금이 매우 많다는데.

▲ 경제가 안 좋다 보니 수익 없는 곳에 돈이 몰려 있다. 그게 단기 부동자금인데 근래 땅으로 가고 있다. 땅값은 개발 호재가 있는 지방 혁신도시와 서울 하남 등에서 계속 오르고 있다. 금리가 오른다면 채권 매력 없고, 주식으로 가기에는 겁난다. 땅에다 농사짓고 집 짓는 땅이 필요했는데, 농사는 FTA로 불필요하고, 공장도 해외이전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땅 수요가 없는데도 돈이 몰리고 있다. 유동성이 많아서 그런 거다. 아직 버블은 아니다. 그런데 땅과 달리 아파트는 초과공급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아파트는 허공에 뜬 공간 개념이다. 후세대가 아파트를 인정해 줘야 가치가 있다. 저출산 시대를 맞아 20~30년 후에 일어날 근본적인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ddki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