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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글을 다시 읽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서 보면 낯이 화끈거리고 창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에서 미래를 발견하는 것이 기술적분석’이라고 강의하면서 정작 나는 ‘과거에 쓴 글’을 전혀 읽지 않는 것이 현명한 일은 아니라 생각했다. 굳이 또 다른 핑계를 댄다면 새해에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출발할 필요도 있었다. 어쨌거나 따로 시간을 내어 이제까지 연합인포맥스에 쓴 칼럼을 죽 읽어보았다.

그랬더니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 닥터 둠, 비관론자로 유명한 마크 파버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내 글을 보았더라면 분명 울고 갔을 터. 막강한 비관론자가 버티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 몇 달 동안 내가 쓴 글 중에서 “강력매수!”를 주장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글에는 온통 ‘내린다’, ‘하락’. ‘매도’ 등의 단어만 가득하였다. 엄청난 비관론이었다. 내내 부정적으로만 말한 것은 아니다. 가끔은 주가가 오를 것이라 예상하기도하였다. 하지만 그럴 경우에도 역시 “오를 것이니 사라”는 주장보다는 “반등하면 팔라”거나 “약간 오르겠지만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되풀이하고 있었다.

매주 글을 썼지만 정작 나는 몰랐다. 내가 그렇게 엄청난 비관론자였다니! 이거야 원.... 내 원래 성격이 이런가? 스스로 물어본다.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내가 참 낙천적이라 생각한다. 단순히 나만의 주장이 아니다. 수십 년을 같이 살아온 내 아내는 나더러 ‘스트레스 잘 안 받는 성격’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왜 이런가? 왜 이처럼 비관적인 견해만을 줄줄이 쓰고 있는가 말이다.

아무 근거 없는 막연한 주장은 아니다. 왜냐하면, 내가 믿는 엘리어트 파동이론이나 혹은 일목균형표를 살피니 죄다 하락하는 쪽으로 나타나 있기 때문. 차트가 하락을 주장하고 있으므로 그렇게 말하는 것이지 그렇지 않다면 내내 비관론만을 우길 수는 없을 게다. 물론 비관론으로 보는 내 견해가 반드시 옳다는 보장은 없다. 어쩌면 편견에 사로잡혀 내내 엉뚱한 주장을 되풀이하는지도 모르겠다.

낙관론자도 있고 비관론자도 있어야 시장이 돌아간다. 어느 한 편으로 의견이 쏠리면 오히려 거래가 이루어질 수 없다. 비관론자라고 하여 나쁜 것은 아닐 터. 다만, 혹시 이런 내가 어느 날 긍정적으로 시장을 예상한다면 여러분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원래 ‘최후의 비관론자’마저 낙관론을 주장하는 날이 상승장세의 끝이기 때문이다. - 그런데 솔직히 말하여 그런 날이 오기를 정말 바란다. 나 같은 ‘비관쟁이’도 시장을 긍정적으로 볼 수있도록,주가가 좀 시원하게 쑥쑥 오르는 날이 오기를, 제발!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작년 말, 독자 한 분이 “왜 하락파동이 시작되지 않느냐?”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왔다. 나는 최근의 시장을 엘리어트 파동으로 따져 조정파동이라고 주장해왔던 터. 그 말대로라면 벌써 강력한 하락파동이 나타났어야 했다. 하지만 그동안 코스피지수는 크게 밀릴 듯하더니 반등하고, 추락할 것 같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상승세로 되살아나기 일쑤였다. 그런 모습이 답답하였던지 그분은 하락파동이 나타나기를 ‘보채는(?)’ 메일을 보내신 게다.

하지만 내가 시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며 내가 생각하는 파동이론이 정확하다는 보장도 없는지라 ‘하락파동이 왜 빨리 나타나지 않는지’ 나도 설명할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조정파동은 원래 길고도 지루하며, 또한 결국은 파동이론에서 말하는 대로 A-B-C의 파동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그건 분명하다.

연초부터 코스피지수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작년 말까지의 움직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미 일목균형표에서도 구름과 꽤 멀찌감치 떨어져 하락하는 형편인즉 이제야말로 본격적인 C파동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가능성을 따져본다. 그러나 거듭 강조하듯 엘리어트 파동이론에서 조정파동은 참으로 복잡하며, 대체 앞으로의 향방이 어떨지 가늠하기 매우 어렵다. 따라서 지금을 C파동이라 ‘단언’하기보다는 ‘확률이 높다’는 정도로 말하고 싶다.

이번 주 역시 지수의 향방은 크게 기대할 일이 없겠다. 지난주에 지수는 연초의 낙폭이 컸기에 초반 잠시 반등하는 것 같았으나 이내 하락세로 바뀌었는데, 이번 주에도 비슷한 양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상승추세는 물 건너간 지 오래. 일목균형표의 모든 괘선들이 ‘하락’ 쪽으로 향하고 있다. 최근 코스피지수는 1,950~1,960선의 저항조차 뚫지 못하는 형편인데, 이를 결코 좋게 해석할 수는 없을 터. 그저 약간의 반등이라도 있으면감지덕지, 포지션을 얼른 줄일 찬스로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단순히 내가 비관론자라서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일목균형표를 직접 살펴라. 그게 어느 방향을 가리키는지 눈으로 확인해보라는 말이다. 혹 일목균형표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다른 차트도 좋다. 하다못해 5일선-20일선, 이동평균선의 관계만 따지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게 아니라 MACD나 스토캐스틱과 같은 보조지표를 참고하여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추세는 하락세이다. 분명하다.

(달러-원 주간전망)

이전까지 환율의 추세는 볼 것도 없이 하락세였다. 일목균형표 모든 요소가 하락을 가리키고 있었다. 저항선의 역할을 하는 구름대도 두터워서 도무지 이를 뚫을 엄두도 낼 수 없었다. 환율은 끝없이 추락할 수밖에 없는 운명 같았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좀 바뀌었다. 사태의 발단은 외국계 증권사의 ‘원화금리 인하’보고서였으나, 그 때문에 환율이 하루에 10원 이상 급등하였다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시장의 추세가 명명백백 하락세였다면, 외국계 증권사 아니라 그 어떤 사람이 주장하였더라도 추세는 흔들리지 않았을 터.

무슨 이유로 올랐는지... 그건 포인트가 아니다. 환율이 올랐고, 또한 시장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점이 핵심이다. 막강한 저항선 역할을 하던 일목균형표의 구름은 최근 현저히 두께가 얇아지고 있다. 누구나 쉽사리 예상하듯 구름의 두께가 얇으면 저항선의 강도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막강한 저항선은 점점 취약해지고 있다.

일목균형표에서 구름과 동반하여 저항선의 역할을 하는 후행스팬은 이미 저항선으로서의 역할을 상실하였다. 후행스팬을 살피면 26일전 캔들 위로 올라선 상황이다. 오히려 지금부터는 후행스팬이 ‘저항선’이 아니라 ‘지지선’으로 작용할 참이다. 상황이 역전되었다. 이건 매우 중요한 변화이다. 일목균형표를 만든 일목산인은 괘선 중에서 단 하나를 선택하라면 후행스팬을 고르겠다고 말할 정도로 후행스팬을 중시하였다. 그 후행스팬이 지금 역전된 상황인 것이다.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기준선과 전환선의 위치도 바뀔 공산이 높다. 현 상황에서 달러-원 환율이 직전저점인 1,048.30원을 이번 주 수요일까지 무너뜨리지 않는 한(그럴 가능성은 낮다) 당장 수요일부터 전환선이 기준선을 상회하는(즉 골든크로스 현상) 일이 발생한다. 단순무식하게 전환선이 기준선 위에 있으면 상승추세, 반대로 전환선이 기준선 아래에 있으면 하락추세라고 말한다면, 이번 주 수요일 이후 달러-원의 추세는 상승추세로 뒤바뀐다.

후행스팬, 구름의 두께, 기준-전환선의 관계 등 모든 요소로 미루어 마냥 달러-원 하락을 외칠 때가 아니다. 시장은 변하고 있다. 상승세가 시작되기 직전이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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