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8일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이 시장의 평균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게 나오자 증권시장은 크게 요동을 쳤다. 증권사들은 부랴부랴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내렸다.

많은 분석가들은 올해 2분기에 삼성전자가 내놓을 예정인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S5의 성패가 삼성전자의 주가는 물론 증시 전체 분위기를 좌우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코멘트도 날렸다.

한국에서 삼성전자의 운명은 증시와 경제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의 매출은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법인세 세수의 21%를 두 그룹이 부담하고 있고, 증시 시가총액의 37%를 차지한다. 많은 사람들이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미래가 곧 한국 경제의 미래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삼성전자가 2010년부터 태양전지, 자동차용전지, 발광다이오드(LED), 의료기기, 바이오 사업에 투자를 크게 늘려 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스마트폰에 상당 부분 실적을 의지하고 있는 구조에 대해 우려의 소리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한때 핀란드의 삼성전자였던 노키아 사례를 통해 `삼성전자 없는 한국의 미래'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키아는 전성기였던 2000년대에는 핀란드 경제의 3분의 1에 지탱하는 대표 기업이었고, 2006년에는 매출이 핀란드 국가예산을 뛰어넘기도 했다. 하지만 연이은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고전으로 결국 마이크로소프트에 팔린 이후 핀란드의 경제 성장률은 추락하고 실업률은 올랐다. 삼성전자가 한국에서 사라진 미래의 시뮬레이션으로 비춰지는 사례다.

하지만 노키아가 사라진 이후 변화된 핀란드의 산업구조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가 경제의 상당 부분을 지탱해온 거대 기업 노키아가 몰락하면서 노키아에만 집중돼 있던 인재들과 정부 정책이 분산되면서 각 업종에서 창업 붐이 일어나고 편중된 경제구조가 변화했다는 것이다.

최고의 인재들이 더는 노키아만 바라보지 않으면서 벤처업계에 인재가 몰리기 시작하고, 노키아 몰락을 대처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중소기업 정책이 펼쳐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 모바일 게임인 `앵그리버드'를 만든 로비오사가 탄생했고, 창업 1년만에 1조 매출을 올린 슈퍼셀이라는 회사가 탄생했다. 핀란드 정부가 노키아 몰락의 파장을 수습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벤처에 대한 지원에 적극 나선 결과다.

물론 아직은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한국 기업으로서는 선도로 세계 시장에서 톱 클래스에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자부심과 `1등 기업'을 배출하기 시작했다는 경이로움을 즐길 시간이긴 하다. 또 반드시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노키아의 행적을 따라갈 것이라는 비관론을 가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위기를 맞을 때 탄력있게 경제를 받쳐줄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받아들일 필요는 있다. 자본과 인력의 부족으로 창업이 어려운, 잠재력 있는 많은 벤처 및 중소기업들에 대한 환경 조성은 경제민주화라는 `분배 정의' 차원이 아니라 국가 경제와 당사자인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자신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창조 경제'의 핵심은 이런 것이다.

(산업증권부장)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