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아베노믹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엔저를 유발해 수출을 늘리고, 이를 기반으로 경제활성화를 유도하고 있으나, 무역적자와 경상적자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아베노믹스는 단기적으로 효과를 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일본 경제에 해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하다. 4월에 시행되는 소비세 인상이 아베노믹스 효과를 원점으로 되돌려 놓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엔화 약세는 수출 증가에 기여하고, 주식시장 랠리를 이끄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수출 증가로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면 내수가 회복되는 효과도 있다. 핵심 기계류 수주 등 경제지표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표의 호전은 회복의 온기가 경제전반에 퍼져나가고 있다는 의미다.

일본은행은 최근 경기보고서(사쿠라보고서)에서 일본 전국 9개 권역에 대한 경제전망을 낙관했다. 특히 9년만에 '회복'이라는 단어를 명기한 것이 눈에 띈다.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일본 경제에 햇살이 들어오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고질적인 여행수지 적자가 큰 폭으로 줄었다는 점도 위안거리다. 엔저를 맞아 일본을 찾는 해외여행객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엔고 시대에 일본을 떠나 세계 곳곳을 여행했던 일본인들의 해외 여행도 엔저 영향으로 줄고 있다.

그러나 아베노믹스의 이면엔 우려요소도 많다. 무역수지는 20개월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작년 11월 기준). 원전 가동 중단으로 에너지 수입이 늘어난 것이 무역적자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4월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각종 수입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무역적자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12월 들어 20일간 기록한 일본의 무역적자는 1조3천800억엔에 달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무역적자 규모가 82%나 늘어난 것이다.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셈이다.

무역적자 악화는 경상적자 악화로도 연결된다. 일본 재무성이 최근 발표한 작년 11월 경상수지는 5천930억엔 적자로, 월간 경상적자 기준으로 1985년 이후 최대규모다.

일본의 경상적자·무역적자 악화는 엔화 약세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엔저를 통해 무역흑자를 기대한 것과 달리 대외적자문제로 엔저가 지속되는 역설적 상황이 나타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아베노믹스의 경제적 득실을 총합으로 따져볼 때 결국 이익이라는 계산을 했으나 결국 득보다 실이 많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세 개의 화살 중에서 그나마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첫번째 화살 '대담한 금융완화'에도 의문부호가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이 아베노믹스의 페달을 멈추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은행의 돈풀기 정책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최근 "필요한 시점까지 대규모 금융완화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21~22일 통화정책 회의를 한다. 이 회의에서 추가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4월 소비세 인상과 경제 영향을 염두에 둔 군불 때기를 할 가능성은 있다.

(국제경제부장)

jang73@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