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GS는 지난해 STX에너지 인수를 위해 매각 측에 '다른 후보가 가격을 포함해 어떤 조건을 제시하든 조금이라도 더 나은 조건에 인수하겠다'고 제시했다.

이에 앞서 두산중공업은 비록 실패했으나 온갖 난관이 도사리는 이탈리아 기업 안살도에네르기아(Ansaldo Energia. 이하 안살도) 인수전에서 끝까지 달려들었다.

삼성그룹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이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M&A 업계 및 재계 관계자들은 20일 이에 대해 삼성그룹이 의미 있는 인수 성과를 내려면 내부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직문화까지는 아니더라도 타 기업 인수는 큰 리스크를 동반하는 경영행위인 만큼 오너가 직접 주도하거나 실무진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지나치게 리스크나 사후 실패를 고려하면 경쟁입찰에서는 승자로 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적 중심의 경직된 조직문화에서는 철저히 가치평가에 의해 움직일 수밖에 없다. 합리성에 갇혀 과감한 '지르기'는 생각하기 어렵다.

이는 삼성그룹이 그동안 M&A시장에서 보여준 모습에서 잘 드러난다.

지난 2010년 11월 중순 삼성전자는 KT&G, SK㈜, 필립스 등과 함께 의료기기 업체인 메디슨 인수 본입찰에 참여했다. 매각 측은 본입찰이 마감된 지 1개월 후에나 삼성전자를 인수자로 낙점했다. 본입찰 후에도 인수후보 간 경쟁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막강한 인수력을 가졌음에도 다른 후보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는 본입찰 후 경쟁에서도 소극적으로 나와 매각 측의 애를 태웠다.

지난해 2월에는 삼성테크윈이 이탈리아의 안살도 인수를 포기했다. 삼성테크윈은 그룹 내 여러 계열사가 수행하는 발전사업과 시너지를 노리며 인수에 적극성을 보였었다.

그러나 이탈리아 현지에서 해외 매각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추후 제품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안살도와 지멘스 간의 지적재산권 협상 문제 등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따라서 삼성그룹 내에서는 한 달 전 실시된 예비입찰 후 부정적인 여론이 비등했다. 결국, 인수 가능성이 작은데다 시너지와 비용 사이를 고민하다가 포기한 것. 두산그룹은 인수에는 실패했으나 재무적 투자자(FI)에 팔린 안살도를 추후 인수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

물론, 삼성그룹이 필요 이상의 지출을 줄이려고 하는 등 철저한 계산 하에 합리적으로 움직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M&A 시장에서 삼성그룹이 보여준 행보는 보수적이고 경직된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다는 평가가 많다.

그룹 대표격인 삼성전자가 지난해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적극적으로 M&A에 나서겠다고 천명했으나 미래전략실 출범 이후에도 중소형 거래 실적만 간혹 신고한 상황에서 시장 판도를 바꿀만한 거래를 성사시킬지 의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오래전부터 경직된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연수를 통해 신세대 직원 대하는 법, 자유로운 모의 토론 등 임직원 교육을 강화해왔다"며 "그러나 실패를 두려워하는 실적 지상주의 하에서는 조직의 유연성이나 과감한 결단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자문업계 관계자는 "'승자의 저주'나 M&A 실패 경험 등을 고려해 타기업 인수에 신중한 것을 비판할 수는 없으나 그동안 보수적이었던 GS그룹이 이번 STX인수전에서 보였듯이 우선 오너가 직접 나서서 실무진에 힘을 실어줘야 삼성그룹도 덩치에 맞는 인수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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