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녹십자와 일동제약이 시끄럽다.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이 2대 주주인 녹십자의 반대로 무산됐다.

일동제약의 윤원영 회장 등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율은 34.16%, 녹십자는 최근 지분 추가 매입으로 특수관계자 포함 29.36%로 보유 중이다. 녹십자는 일동제약 지분 9.9%를 보유한 피델리티와 함께 반대표를 던졌다.

녹십자는 언론을 통해 경영권 참여로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으나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제약업계는 보고 있다.

사실 제약업계는 M&A 필요성이 가장 큰 업종 중 하나로 꼽혀왔다.

단계적인 시장 개방으로 글로벌 제약사가 국내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는 가운데 국내에는 연간 매출 1조원이 넘는 제약사가 없다. 세계적으로 승인받아 본격적인 유통까지 십수년이 걸리고 수천억원이 소요되는 글로벌 신약개발은 그야말로 '꿈'이다. 400여개가 넘는 국내 제약사들은 사실상 특허 시효가 끝난 복제약을 놓고 경쟁 중이다.

비슷한 복제약을 갖고 경쟁하다보니 잊을 만하면 사회면을 장식하는 것이 리베이트 비리사건이다.

물론, 시장 개방에 맞서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한 대형 제약사들이 경영권 및 지분 인수와 제휴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이유로 약가 인하 정책을 쏟아내면서 수익성 압박에 시달린 제약사들이 매물로 시장에 내몰리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0월 세계적 복제약 제약사인 테바와 합작사를 설립한 한독은 12월에는 태평양제약의 제약사업 부문을 인수하는 등 국내 업체 간 M&A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영진약품은 드링크사업부를 LG생활건강에 매각하는 등 자체 사업조정 거래도 눈에 띈다. 특히 동원약품그룹과 지오영그룹 등은 M&A를 통해 의약품 도매사업의 덩치를 키워오고 있다.

그러나 시도만큼 성과는 크지 않다. 작은 제약사들도 복제약은 물론 건강보조식품 등으로 나름대로 먹고 살 만하기 때문에 몸값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제약사 간 제품군 차별화가 적다 보니 M&A에 따른 시너지가 크지 않은 점도 걸림돌이다.

따라서 동아제약, 녹십자, 대웅제약, 한미약품 등 상위 제약사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인도네시아 제약사 인피온과 합자회사를 설립한 바 있는 대웅제약은 지난해 8월 중국 제약사 바이펑을 인수, 오는 2018년부터 세파계 항생제 등을 직접 생산·판매할 예정이다.

2001년 상아제약을, 2012년에는 이노셀을 각각 인수한 바 있는 녹십자는 지난해에는 영국 혈액분획제제업체인 PRUK 인수를 추진하다가 실패한 바 있다.

이번 녹십자와 일동제약 간 갈등이 M&A로 이어질 경우 연간 매출 1조원대 제약사가 처음으로 등장한다. 백신과 혈액제제에 강한 녹십자와 일반 및 전문의약품을 중심으로 한 일동제약 간 사업 시너지도 기대해볼 수 있다.

다만, 적대적 M&A는 적잖은 후유증을 남긴다. 국내에서는 아직 적대적 M&A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데다 지분경쟁과정에서 피인수사의 주가가 급격히 상승해 인수사의 부담이 가중된다. 임직원이 강하게 반발할 경우 상당기간 PMI(인수 후 통합)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M&A 업계 관계자는 "미국 알보젠이 근화제약을 인수하고 일본 니치이코제약이 바이넥스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등 해외 제약사의 국내사 인수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시장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국내 제약사의 덩치 키우기는 필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위 제약사들이 해외 M&A나 합작, 제휴로 경쟁력을 갖춰가고는 있으나 보유 현금이나 정부의 지원금이 너무 부족하다"며 "오는 2017년 세계 7대 바이오의약품 강국 목표도 현재 상황이라면 구호에 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중소형 제약사 간 M&A로는 시장 개방에 대응하기는 역부족"이라며 "대형 제약사 간 전향적인 협력이나 전문펀드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각자 나름대로 오랜 업력을 유지해온 만큼 적대적 M&A는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산업증권부 기업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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