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내외 금융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이미 2001년에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이력이 있다. 이후 2005년 채무 상환을 완료한 뒤 곡물 등 자원을 수출해서 연 8%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부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곡물값이 하락하면서 산업이 다시 위축됐고, 정부의 채무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정치사회적 혼란기를 맞았다. 아르헨티나 정치인들은 무능하고 부패했고, 경찰마저 파업하면서 아르헨티나는 무정부 상태에 이르렀다.

그런 와중에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여파가 아르헨티나 경제에 타격을 주는 양상이다. 글로벌 자본은 정치가 혼란하고 사회가 어수선한 신흥시장을 빠져나와 안정적인 선진국시장과 엔화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유동성 공급 속도조절은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취약한 신흥국에게 치명적이다.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아르헨티나, 터키 등이 먼저 리스크에 노출된 것이다.

아르헨티나 경제 붕괴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식 경제, 즉 `페론주의'를 지목한다. 1945년~1955년, 1973~1974년 집권한 후안 도밍고 페론 대통령과 부인 에바 페론이 내세운 외자배제, 산업국유화, 복지확대와 임금인상을 통한 노동자 수입 증대 등 포퓰리즘 정책이 한때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던 아르헨티나를 취약하게 만들었는 주장이다.

특히 무분별한 복지정책과 반세계화 정책으로 결국 국가부도라는 사태를 초래했다는 분석에 대해서는 동의할 만하다.

복지와 경제성장은 때때로 상충하는 상황이 생긴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각종 복지정책에 대한 재정부담 문제가 불거지면서 당정 차원에서 조정안이 나오는 데 대한 야권의 반발이 제기되는 양상이다.

75세이상 노인들에 대한 어금니 임플란트 50% 지원방안도 당초 공약은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적용하려 했지만 연령기준을 늦췄고, 기초연금 역시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20만원 일괄 지급 방안이 소득하위 70%에 한해 차등 지급하는 쪽으로 한발 후퇴하는 양상이다. 이를 들어 야권에서는 대통령의 공약을 지키라며 맹공을 퍼 붓는다.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에 앞서, 과연 과도한 복지정책에 대한 정부의 수위 조절에 대해 반발하는 것은 정치적인 액션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만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던 박 대통령의 공약을 꼭 지키라고 하는 것은 `재정이 바닥나도 좋으니 약속했던 복지정책을 이행하라'고 억지를 부리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올해 65세 이상 인구는 613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2.2%다. 2040년에는 1천650만명에 달한다는 이들에게 일괄적으로 20만원을 지급하면 2017년엔 57조원 이상의 예산이 든다. 65세 이상에게 임플란트 치아 시술비 50%를 지원하게 되면, 이미 건강보험 진료비 가운데 ⅓을 차지하는 이들에 대한 지원은 국고에서 충당할 수 밖에 없다. 선거 공약으로 이러한 복지정책이 제시되긴 했지만 재정문제는 국가의 미래 차원에서 선거보다 더 중요하다. 아르헨티나를 보면서 공약 불이행에 대한 비난보다는 과도한 복지가 경제를 파탄낼 수 있다는 경계감이 생긴다.

(산업증권부장)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