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인도에 이어 터키가 자국 통화 방어를 위해 금리 인상을 전격 단행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신흥국들이 선제적으로 위기 대응에 나선 것이다.

29일 글로벌 금융시장은 일단 예상 외 큰 폭의 금리 인상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터키 리라화는 금리 인상 소식에 급등했고, 호주달러도 급등했다. 달러는 엔화와 유로화에 급반등했다.

이날 터키중앙은행은 임시 통화정책회의에서 하루짜리 대출 금리를 기존 7.75%에서 12%로, 하루짜리 차입금리는 3.5%에서 8%로 올렸다. 또 기준이 되는 1주일짜리 레포 금리는 4.5%에서 10%로 인상했다.

이와 함께 중앙은행은 은행의 주요 자금조달 금리를 하루짜리 대출· 차입금리에서 1주일짜리 레포금리로 대체해 통화 정책 운용을 단순화하겠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하루짜리 대출금리의 인상 폭은 최대 3%포인트였다.

다우지수 선물은 성명 발표 직후 150포인트 급등했고, 일본 닛케이와 한국 코스피지수도 상승 출발했다.

바르체타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에드 폰지 이사는 CNBC 아시아 스쿼크 박스에 출연해 "정말 좋은 소식이다. 터키 중앙은행이 독립적이라는 점을 확고히 했다"고 말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통화정책회의 수 시간 전에 금리 인상에 반대한다고 언급해 일각에서는 정부의 압력으로 금리 인상이 단행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애널리스트들은 터키의 조처가 자본유출과 인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리는 다른 신흥국들에 선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만약 터키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다시 얻게 된다면 다른 취약 국가도 유사한 행보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브노아 안네 신흥시장 애널리스트는 "그들이 드디어 했다. 그들은 궁지에서 벗어났다"라며 "이번 결정은 신흥시장(위기)의 도미노 효과를 멈춰줄 것"이라고 말했다.

스파이로 소버린 스트래터지의 니콜라스 스파이로 이사도 터키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은 Fed의 테이퍼링 우려로 취약해진 신흥시장에 가장 중요한 정책적 변화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인도와 터키의 선제적 금리 인상이 시장의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폰지 이사는 "이번 조처는 터키를 돕겠지만, 신흥시장에 있는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아르헨티나 등은 여전히 다른 입장에 서 있어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Fed는 28~29일 예정된 FOMC에서 예상대로 양적완화를 100억달러 추가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Fed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신흥시장의 불안을 촉발했다는 점에서 신흥시장의 선제적 대응이 위기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FOMC가 끝난 후를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주에는 말레이시아(29일), 멕시코(31일), 콜롬비아(31일) 등이 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들은 모두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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