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설 연휴동안 국제금융시장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터키, 인도에 이어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금리를 올리는 등 신흥국의 금리인상에 뒤이어 미국의 추가 테이퍼링(양적완화의 점진적 축소)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신흥국의 외환시장은 냉온탕을 오갔다.

신흥국 불안으로 국제금융시장 전체가 불안 양상을 보이자 안정세를 보였던 유럽쪽도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번 주에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회의는 신흥국 불안에 대응해 어떤 대책을 내놓을 것인지 주목된다.

중국의 그림자금융 문제와 성장률 등 각종 경제지표 둔화는 신흥국 불안 심리를 가중시킬 재료다. 신흥국들의 불안에 중국발 쇼크가 더해질 경우 국제금융시장은 아마겟돈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신흥국의 반격, 미국의 역공

터키와 인도,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신흥국들은 지난주 약속이나 한 듯 기준금리를 올렸다. 작년 12월 미국이 테이퍼링을 시작한 이후 달러자금이 빠져나가며 환율이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이 테이퍼링으로 선제공격을 했다면, 신흥국은 금리인상으로 반격을 한 셈이다.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달 22일부터 29일까지 신흥국에서 총 63억3천200달러가 빠져나갔다. 직전 주(24억달러)의 두 배가 넘는 자금이 신흥국을 빠져나간 것이다. 이에 따라 신흥국에서 14주 연속 자금이 순유출되는 기록을 세웠다.

이러한 자금유출을 막기 위해 신흥국들은 최근 잇따라 금리를 올려 대응했으나 연준이 1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추가 테이퍼링을 단행하는 바람에 빛이 바랬다. 연준은 이 회의에서 월 750억달러에 이르는 채권 매입 규모를 650억달러로 100억달러 줄이기로 했다. 금리인상 이후 반등하는 듯했던 신흥국의 환율은 연준의 테이퍼링 한방에 하락세로 반전하며 제자리로 돌아왔다. 신흥국 환율 불안은 중남미(아르헨티나)에서 시작돼 아시아(인도,터키)를 지나 동유럽(헝가리, 체코)로 향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



◇마이웨이 선언한 미국

연준은 1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신흥국에 강력한 경고장을 보냈다. 연준은 통화정책 성명에 신흥국 불안에 대한 내용을 전혀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테이퍼링 변수에 신흥국 문제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이를 2년 여 만에 처음으로 '만장일치'로 결의함으로써 그 의지를 강력하게 전달했다.

연준이 신흥국에 보낸 메시지는 "연준이 통화정책 결정을 하는데 미국 경제 내부의 이슈에만 집중하고 있으니 신흥국은 각자도생을 모색하고, 연준이 신흥국을 위해 뭔가 해줄 것을 기대하지 말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앞서 신흥국들은 미국이 테이퍼링을 할때 신흥국과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연준은 단호했다. 양적완화로 대표되는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을 하루빨리 중단하고 금리를 이용한 정상적인 통화정책으로 복귀하는 게 미국 통화당국의 핵심 목표이며, 이를 판단하는 유일한 잣대는 미국 경제의 상황이지 신흥국의 불안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했다.

신흥국의 불안은 미국 테이퍼링에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 가파르게 오르던 미국 국채금리가 신흥국 불안을 이유로 하향안정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3.00%를 넘나들던 10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지난 주말 기준 2.649%로 1월 한달동안 30bp나 하락했다. 연준이 제일 부담스러워하던 금리 상승세를 신흥국 불안이 제동을 걸어주고 있는 모양새다.

신흥국 불안이 심각해져 미국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고, 미국의 경제성장에 영향을 줄 때는 연준이 정책변화를 고려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은 아니다. 이래저래 연준은 꽃놀이패를 쥔 셈이다.

(국제경제부장)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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