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마케팅은 리서치의 質' 일갈

 

 


 <그림설명: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중립은 알아서 매도로 받아들여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증권가에서 매도 의견은 일종의 금기어(禁忌語)로 굳어진 지 오래다.

매도 의견을 받아보는 기관이나 매도 대상이 되는 기업으로부터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여 잘못하면 '왕따' 신세를 면치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요즘처럼 바닥을 모르고 미끄러지는 급락장에서도 매수 일색인 증권가에서 매도 의견도 과감하게 내겠다는 리서치센터장이 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5일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산업과 기업에 대한 소신 있는 의견이 리서치의 생명"이라며 "과감히 매도 의견도 제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변 센터장은 지난해 8월 기업분석 1팀장에서 리서치센터장으로 내부 승진했다.

그는 "최근 애널리스트들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땅으로 추락했다"며 "'뻥튀기 (실적) 산정'이라는 말이 나오는 걸 보면 리서치를 못 믿겠다는 것인데, 우리부터 많이 반성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변 센터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향후 리서치센터 운영 방침을 '3PR(Primary·Prospective·Profound)'로 요약했다.

이중 'Primary'를 가장 먼저 언급하며 유진투자증권을 투자 의견이 확실한 리서치 하우스로 키우겠다는 소신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충분한 노력으로 신뢰할 수 있는 분석을 수행하며 분석한 결과를 소신껏 제시하겠다"라며 "더욱 정확하고 책임 있는 투자 의견을 주식시장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는 주식시장도 매수, 즉 롱(long) 일색에서 롱-숏(long-short)의 개념으로 운용전략이 변화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 지난해 주식시장에서는 중위험 중수익을 노리는 롱-숏펀드가 트러스톤자산운용과 마이다스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등에서 잇달아 출시되면서 기존에 지수의 등락으로만 수익을 기대하던 고객의 자금을 상당 부분 단숨에 빨아들였다.

곧 국가별 주식으로 상승과 하락을 예상해 롱숏 전략을 쓰는 상품이 KB자산운용의 'KB한일롱숏펀드'를 필두로 속속 선보일 예정이다.

변 센터장은 또 "남들이 분석하지 않는 숨겨진 산업군(hidden industry), 창의적 신산업에 대해 선제적으로 분석하는 리서치가 되겠다"며 "미래산업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매력적인 투자 기회도 발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리서치센터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리서치 결과물 품질 제고에도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변 센터장은 "소모적인 정보 전달만으로 마케팅 경쟁을 하다 보니 애널리스트들이 할 일이 너무 많아졌다"며 "리서치센터의 역할이 훼손돼 깊이 있는 분석이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진정한 마케팅은 품질 높은 리서치 프로덕트(product)에서 출발한다"며 유진투자증권은 리서치센터 자료의 질로 시장에서 승부하겠다고 다짐했다.

jy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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