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CEO "행동으로 보여줄 것…큰 기업도 살 수 있어"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애플은 지난 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2주 동안 140억달러(약 15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였다고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밝혔다.

쿡 CEO는 6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의 애플 본사에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실적 발표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애플 주가가 8%나 떨어진 데 대해 놀랐다면서 "과감하게 기회를 잡으려 했다"고 밝혀 주가 폭락을 자사주 매입에 적절한 시점으로 판단했음을 시사했다.

앞서 애플은 2014 회계연도 1분기(작년 10~12월) 실적 발표에서 아이폰 판매량을 전문가 전망치 5천500만대에 못 미친 5천100만대로 밝히고 2분기 매출 전망치도 시장 예상보다 낮게 제시해 증시에 실망을 안겼다.

쿡 CEO는 이날 "우리는 지난 12개월간 자사주를 400억달러 이상 매입했다"면서 "이는 비슷한 규모의 어떤 기업과 비교해도 기록적인 금액"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사주 매입은 애플이 자신에게 투자하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우리가 정말로 현재 사업과 앞으로의 계획에 확신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말만 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라면서 애플의 미래에 대해 회의를 보이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과감하게 대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애플의 이번 자사주 매입은 작년 4월 발표한 6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계획 가운데 일부다.

쿡 CEO는 140억달러 가운데 120억달러는 투자은행에서 주식을 사들이는 ASR(accelerated share repurchase)로, 20억달러는 공개매수로 사들였다면서 "오는 3월이나 4월에 자사주 매입계획에 대해 갱신된 내용을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자사주 매입 사실을 밝힌 것은 애플이 오는 28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칼 아이칸 등 '행동주의 투자자'(activist investor)들로부터 현금을 더 풀라는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쿡 CEO는 그러나 "단기 주주나 단타 매매자가 아니라 장기 주주의 이해에 부응하고 싶다"고 말해 이들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그는 이러면서 "내일 우리가 사고 싶은 큰 회사가 나올지도 모르고 주식시장에 예측할 수 없는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쿡 CEO는 애플이 과거 작은 기업만을 주로 인수해 온 데 대해서는 "(큰 회사를)살 만한 이유가 있어도 방아쇠를 안 당기겠다는 건 아니다"면서 "큰 회사도 (인수를) 검토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좋은 회사, 애플의 관심에 딱 맞는 회사라면 열자릿수 금액(십억달러대)을 쓰는 것도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WSJ에 따르면 애플은 한 기업을 인수하는 데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한 적이 없으며, 지난 15개월 동안에는 21곳의 기업을 인수했다.

쿡 CEO는 이날 애플이 올해 새 제품군을 선보일 계획이 있음을 재차 확인했다.

그는 "말할 준비는 안 돼 있지만 정말 대단한 물건들을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새 제품군이 기존 모델의 개선판인지 아니면 모바일결제 같은 새로운 서비스인지를 묻는 말에는 답변을 피했다.

그는 "애플은 아이폰 등 기존 제품의 입지를 넓힐 기회가 많은 '성장기업'(growth company)이라고 여전히 생각한다"면서 "우리가 2위인 시장에서는 1위가 되고 싶으며, 틀림없이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j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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