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출렁이는 달러-원 환율에도 건설업체들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의 특성상 수주 금액 대비 국내로 유입되는 외환이 많지 않아 리스크가 타 업종에 비해 작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11일 건설업의 업종 특성상 수주 금액 중 현지 사업 진행에 직접 투입되는 비중이 크다며 환율 변동에 따라 헤지가 가능한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해외 프로젝트의 규모가 달러 기준으로 산정되지만 실제 계약은 세부 항목별로 현지화와 달러와, 엔화, 유로화 등 다양한 외국환으로 이뤄져 자재비와 현장운영비, 인건비 등은 현지에서 지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해외건설 누적 수주가 6천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거래되는 외환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환 위험에 노출되는 금액은 수주 규모 대비 크지 않은 수준이다.

실제 지난달 2일 환율 변동 여파로 삼성물산의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 원화 환산 수주액이 1조원 가까이 줄었지만 현지 화폐를 받아 현지에서 집행하는 비율이 높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외화 유입률이 60%에 달하는 조선 산업 등과 달리 해외 건설현장은 현지 업체와 함께 일하기 때문에 지불이 현지에서 해당국 화폐나 달러화로 이뤄져 건축·토목 공사의 경우 15%, 플랜트는 35% 수준의 외화가 유입되는 데 그친다.

채상욱 LIG증권 연구원은 "건설업종은 외화 가득률이 낮은 특성을 갖고 있다"며 "환율이 1년 새 10원 움직일 경우 그에 따른 연간 영업이익 변화를 따져봤을 때 10억원 정도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지난해 영업이익 7천928억원과 4천333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환율 변동의 영향이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얘기다.

채 연구원은 "게다가 최근 몇 년간 플랜트 수주보다 외화 유입률이 상대적으로 작은 건축·토목 위주로 해외 수주가 진행됐다"며 "외환 변동성의 여파가 더 작아진 상황이다"고 분석했다.

현대건설도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이 미미하다며 계약 조건에다 공사 진행에 필요한 화폐와 금액을 명시해 임금과 자재비 등을 거래 상대국 화폐로 지급받아 지불한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건설업종 자체가 환율에 민감하지 않은 특징을 갖고 있다"며 "환율이 떨어졌을 때 현지에서 달러화로 임금과 현장운영비를 직접 지급하고 올랐을 때 국내로 유입시키는 등 헤지도 가능한 구조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의 다른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현지화폐 소진 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는 소싱 계획을 세운다"며 "매출 규모가 14~15조원인데 반해 지난해 기준으로 익스포져(위험노출액)가 6억달러(약 6천400억원) 정도로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환율 변동 리스크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다른 수출입 산업에 비해 환율 변동의 영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지만 해외 건설 사업도 기본적으로 달러화를 기반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프로젝트 진행 기간이 길어 수시로 환율의 영향을 받는 일반 수출입 기업보다는 영향을 덜 받는다"면서도 "달러 베이스로 움직이기 때문에 환율 변동의 영향을 피할 순 없고 세부 계약에 따라 받는 영향이 사업별로 제각각이다"고 말했다.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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