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은 2008년 가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선고를 당하면서 금융위기에 빠졌다. 조지 W. 부시 8년 재임동안 쌓였던 내재적인 경제모순이 대선을 앞두고 폭발하면서 위기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금융위기 속에 미국은 버락 오바마의 당선 이후에도 정쟁이 끊이지 않으며 경제가 난파선마냥 비틀거렸다. 디폴트 위기에 몰리기도 하고, 이 과정에서 정부폐쇄(셧다운)가 발생하기도 했다.

재정.금융위기에 빠진 유럽도 선거 변수 때문에 홍역을 치렀다. 그리스는 2012년 6월 총선에서 구제금융을 반대하는 급진정당(시리자) 때문에 금융시장이 마비상태에 빠졌고, 독일과 프랑스 역시 대통령.총리 선거를 전후해 유럽 전역이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미국과 유럽에 이어 이번엔 신흥국들이 선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으로 타격을 입은 가운데 선거까지 겹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선거를 앞두고 위기 국면에 빠진 것처럼 이번엔 신흥국이 당할 차례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선거를 앞둔 신흥국은 모두 23개 나라다. 선거가 없는 중국을 제외하면 신흥국 절반이 '한표 행사'를 한다. 이 중 프래자일 파이브(Fragile Five)로 분류되는 터키와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브라질은 모두 선거를 앞두고 있다.

터키 지방선거(3월말)부터 시작해 인도네시아 총선(4월)과 인도.남아공 총선(5월), 인도네시아 대선(7월), 터키 대선(8월), 브라질 대선(10월) 등 매월 한번 꼴로 예정돼 있다. 선거는 한 나라의 모든 모순과 갈등이 수면위로 드러나고, 서로 대립하는 국면으로 전개된다. 정치후진국으로 평가받는 신흥국은 선거를 앞두고 국론분열과 각종 시위로 몸살을 앓는 사례가 많다. 경제.사회적 불평등과 그에 대한 불만이 선거를 계기로 터지기 때문이다.

정치는 문제를 풀어내는 장치인가, 만들어내는 것인가. 정치의 이상은 갈등의 해결이지만 현실은 갈등의 조장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갈등이 신흥국에서는 경제 타격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우크라이나와 베네수엘라의 사례는 이를 증명한다. 정치갈등의 폭발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나라 전체를 위기로 몰고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친러파와 친EU파가 타협없는 대결국면에 빠져있고, 이 과정에서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친러파인 대통령은 짐을 싸 도망갔고, 친EU파인 야당이 정국을 장악했다. 정치.사회 불안 속에 우크라이나 경제는 디폴트(국가부도)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우크라이나의 신용등급을 CCC로 강등했다. 위기는 한 국가에만 국한되는게 아니라 인근 동유럽 국가들의 환율도 불안하게 만든다.

작년 물가상승률 56%, 외환보유고 210억달러 수준인 베네수엘라는 최근 정치불안 문제로 유혈사태에 봉착했다. 고질적인 환율과 물가 문제를 안고 있는 데다 정치문제가 겹쳐 휘청거리는 셈이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사망 이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가 집권하는 과정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베네수엘라는 올해 3월 지방선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다.

최근 신흥국의 경제 위기는 그 이면에 내재한 정치 불안 문제를 같이 따져봐야 한다. 마찬가지로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우리도 다른 신흥국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것 같다. 미국 테이퍼링 후유증이 3~4년 이상 간다고 볼 때 다음 총선(2016년)과 대선(2017년)은 큰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슬기롭게 대응할 자세를 갖추기를 희망한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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