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우크라이나의 소요 사태가 야당의 정권 장악으로 일단락됐으나 우크라이나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는 좀처럼 가라앉고 있지 않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우크라이나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강등하며 디폴트 가능성을 경고한 데 이어 러시아가 제공하기로 한 차관도 일시 중단된 때문이다.

23일(유럽시간)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금융 지원에 나설 수 있다고 시사했으나 야당의 정권 장악에도 새 정부 출범까지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빠른 국제적 지원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우크라이나의 소요 사태는 작년 11월부터 시작됐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의 압박으로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협력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중단한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협정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고 정부가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며 80명 이상이 숨지는 유혈사태로 번졌다.

◇ 우크라이나 경제 상황은 어떻나

우크라이나 경제는 소요 사태가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2010년과 2011년 우크라이나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각각 4.1%, 5.1%를 기록하며 금융위기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2012년 유로존과 러시아의 경기 둔화에 직접적 타격으로 GDP는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작년에는 이보다 더 악화돼 경기는 중반부터 침체로 돌아섰다.

우크라이나의 최대 수출품은 강철이다. 그러나 2011년 시작된 중국의 경기 둔화로 철강 가격이 절반가량 급락하면서 달러화에 고정된 그리브나화의 가치가 크게 절하됐다.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대규모 재정을 쏟아붓고 국제사회의 에너지 보조금 삭감 요구를 재차 거부하면서 경제를 부양해왔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정부 부채는 GDP의 38%로 늘어난 400억달러를 기록했고, 이 중 1/4가량을 1년~1년6개월 내 갚아야하는 상황이다.

CNN머니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올해에만 130억달러의 채무 만기가 예정돼 있다.

그러나 정부는 시위 격화로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자 환율 방어를 위해 지난달 외환보유액의 7%를 사용해 현재 우크라이나의 외환보유액은 180억달러에 그친다.

◇ 디폴트 우려 점증…신흥국 위기 재점화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21일 우크라이나의 국가 신용등급을 'CCC'로 한 단계 강등하며 디폴트 가능성을 경고했다.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상황이 악화해 정부가 채무를 갚지 못할 위험이 커지고 있고, 러시아의 금융지원이 계속될지도 불확실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S&P는 우크라이나에 상당한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크라이나 정부가 디폴트에 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와 무디스 역시 이달 초 우크라이나의 신용등급을 각각 'CCC'와 Caa2로 강등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의 6월 만기 국채 금리는 러시아의 차관 지급 연기 소식에 지난 19일 11%포인트 이상 오른 34.27%까지 올랐다.

우크라이나 환율은 연초 이후 달러화에 대해 8.5% 하락했다.

우크라이나 불안이 가중되자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가져올 여파를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코메르츠방크의 사이먼 퀴자노 에반스 신흥시장 리서치 담당 헤드는 이전에 투자자들이 아랍권의 불안을 과소평가한 것을 지적하며 "이웃나라들이 받을 여파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스탠다드 뱅크의 팀 애쉬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 이웃 국가 중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국가는 러시아라며 러시아가 정부와 국영 은행들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빌려준 채무만 300억달러에 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보다 더 큰 영향은 금융시장에 미칠 여파다.

우크라이나의 디폴트는 신흥시장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축소시킬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우크라이나 채권을 제때 매각하지 못해 여전히 많은 기관투자자가 우크라이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클레이즈 캐피털의 쿤 차우 신흥시장 전략 담당 헤드는 "디폴트는 불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며 여전히 취약한 신흥시장의 불안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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