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가계부채 대책엔 LTV·DTI 규제 합리화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는 가계부채 문제 개선을 위한 수단으로 언급했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규제 완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대국민 담화문 형식으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를 현행보다 5%포인트 인하된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경제혁신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엔 가계부채 문제를 적정 속도로 관리하기 위한 차원에서 LTV·DTI 규제 합리화 및 제2금융권 건전성 관리 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 LTV·DTI 완화에 무게

'합리화'라는 완곡한 표현을 썼지만 결국 일부 LTV·DTI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예상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 주택시장 침체를 감안하면 전면적인 폐지는 아니더라도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한정하는 등 탄력적인 운용으로 주택구매 수요를 진작하겠다는 뜻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자산이 충분함에도 소득기준 규제 탓에 구매 여력이 있는 이들까지 집을 사지 않는다는 시장 반발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당장 부동산 시장의 훈풍이 예상된다. 최근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의 거래가 살아나는 등 주택시장 호전 분위기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LTV·DTI 합리화는 정부가 시장을 적극적으로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로 해석된다"며 "생애주기상 소득 증가세에 있는 젊은층 등의 수요 유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가계부채 개선과는 거리

문제는 가계부채 문제 개선안의 하나로 꼽은 이번 방안이 가계부채 대책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2금융권 대출로 부담이 큰 가구들을 1금융권으로 유치해 부채의 '질적악화'를 막겠다는 복안이지만 '양적팽창'까지 막을 수 없는 한계가 지적된다.

이기웅 경실련 경제정책팀 부장은 "가계부채의 총량, 구조, 질적 측면에서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이번 대책은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커보인다"며 "부동산 시장 띄우기와 가계부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자 하는 욕심에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 부장은 또 "가계부채 문제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로 풀 게 아니다"라며 "미국 테이퍼링 등 다른 나라의 영향력에 금리상승 여지가 큰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가계로 돌아갈 공산도 크다"고 덧붙였다.

◇ 대출규제 도입한 금융당국 명분도 잃어

부동산 불황으로 인한 가계부채 문제가 금융권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는 이유로 LTV·DTI 규제완화를 반대해왔던 당국의 명분도 잃게됐다.

전날에도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LTV·DTI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같은날 KDI는 '동아시아 대도시 주택가격 변동성의 비교·분석' 보고서를 통해 "최근의 국제비교 분석 결과 대출규제가 부동산세제와 통화정책에 비해 부동산시장과 거시시장 안정화에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도 했다.

오히려 대출규제 완화를 적극 옹호하는 의견도 있다. 대출규제가 금융권의 자생력을 저해했다는 데에 초점을 맞춘 비판이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금융경제실장은 "여태까지 대출규제를 못풀었던 것은 마치 아이가 왕따 당할까 무서워 학교를 보내지 못하는 것과 다름없었다"며 "부동산 활황기에 예대마진만을 챙겨왔던 금융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일찌감치 풀어야 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대책으로 인한 가계부채 상승 요인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권 실장은 "결국 은행들도 안전시스템을 갖고 함부로 대출을 실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실수요자를 유인하면서도 가계부채 속도를 조절한다는 '합리화'라는 표현은 어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도 "'합리화'라는 용어자체는 가계부채 문제로 정책을 펴지 못한 기존의 불합리성을 바로잡는다는 차원에서 설득에 용이한 측면이 있다"면서 "2008년 대출규제를 폐지한 데 따라 유동성이 늘어나 집값 상승을 유도했던 만큼 시장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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