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남승표 기자 =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하나로 제기됐던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합리화 방안은 당분간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정책당국자들의 발언에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언제든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수 있는 여지도 없지 않다.

부동산의 자산효과를 고려할 때 내수 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LTV와 DTI 규제 완화 시 가계부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크다. 이런 이유로 총량은 유지하되 지역별·업권별로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LTV와 DTI 규제 완화 가능성을 일축하고 나섰다. 금융권과 가계의 건전성을 중시하는 금융당국으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주장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26일 세종청사에서 열린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브리핑에서 "특정 방향성을 염두에 두고 검토한 것은 아니다"며 "현재로서는 경기대책이나 주택정책보다 금융소비자보호와 가계부채 관리의 안정적인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LTV나 DTI의 큰 틀이 계속 유지될 것이란 설명이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마저도 지난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출석해 "DTI나 LTV는 금융시장의 건전성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관련 금융규제 완화에 신중한 입장을 피력한 셈이다.

당분간 LTV·DTI에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커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논란이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일 기자간담회에서 LTV·DTI규제 합리화와 관련된 질문에 "3개년 동안 어떤 방향으로 할지 반드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중기적인 측면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규제에 칼을 대겠다는 의미다.

추경호 기재부 차관도 전일 여성경영대상 수상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DTI·LTV 합리화는 부동산경기 부양 측면이 아니다"고 밝히면서도 "업권이나 지역별로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LTV와 DTI 합리화 방안이 부동산 부양보다 가계부채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는 측면에서 제기됐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 이유다.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DTI와 달리 LTV는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관리에 초점을 맞춘 것이어서 조정 여지가 있다.

현재 수도권에서 적용되는 LTV는 50%이다. DTI는 서울 50%, 경기·인천 60% 등이다. 이 때문에 고리의 신용대출이나 사금융을 이용하는 가계가 늘어나고 가계부채의 질적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수도권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주택가격 하락으로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만기연장이나 차환에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도 LTV 완화가 거론되는 배경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도 "LTV·DTI 합리화 방안에 대해선 부처별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며 "특정한 방향성 없이 '합리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던 것도 규제 완화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처별 의견조율이 필요하지만, 금융권 건전성 측면에서 봐도 완화할 여지는 있다"며 "부동산 경매시 주택가격은 통상적으로 70-80% 수준을 받는데, LTV를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담보성격으로 보더라도 다소 여유는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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