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연락처 dollar@kita.net

▲시골 학생이 집을 떠나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부모라면 누구나 그 아이의 손에서 어느 날 갑자기 돈이 똑 떨어지는 사태는 피하도록 해주고 싶을 게다. 그러려면 아이의 손에 현금카드를 쥐여주고 은행계좌에서 돈을 찾을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카드를 건네주면서 하는 당부의 말은 부모마다 조금씩 다를 것이다.

부모 A : “걱정 말아라. 그 통장에는 돈이 꽉 차있다. 돈이 떨어지면 아무 때나 그걸 꺼내 쓰렴.”

부모 B : “이건 최후의 수단으로만 썼으면 좋겠다. 물가가 많이 올라서 우리도 요즘 집안 살림을 꾸려나가기가 만만치 않단다.”

아이에게 현금카드를 쥐여 주면서 당신이라면 A처럼 말할까? 아니면 B처럼 말할까? 아마도 십중팔구 B쪽으로 기울 것이다. 아무리 부자라고 할지라도 자식이 돈을 흥청망청 쓰는 것을 반길 부모는 없는 법이다.

이는 중앙은행 및 은행시스템에도 적용된다. 그런데 중앙은행이 이른바 ‘부모’의 역할처럼 은행시스템에 유동성을 공급해주다 보면 자칫 모럴해저드에 빠지기 쉽다. 중앙은행이 모든 은행들에 그들이 필요한 자금을 무차별적으로 공급한다고 하자. 그렇다면, 애써 위험을 관리하고 합리적으로 대출자원을 운용한 은행이나 분별없이 위험한 대부행위를 무릅쓴 은행이나 같은 처지가 되어버린다. 그 결과 모든 은행으로 하여금 경쟁은행보다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하도록자극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지난주에 유럽중앙은행은 소위 2차 LTRO를 통해 5,295억 유로를 각 은행에 공급하였다. 이미 작년 12월에는 1차 LTRO로 4,892억 유로를 풀었으니 도합 1조 유로 이상이 시장에 풀린 셈이다. 더구나 1, 2차 LTRO는 한도도 없다. 은행이 신청하는 만큼 원하는 대로 ‘퍼주는’ 자금이다. 한도 없이 연간 1%의 낮은 금리인데다 장기자금이다 보니 너도나도 신청하였다. 모두 800개 이상의 은행들이 ‘이번이 마지막, 놓치면 바보’라는 생각으로 대거 지원을 받았다. 비유한다면 돈을 탕진한 놈이나 근검절약한 자식이나 어차피 같은 처지가 되어 버렸다. 전형적인 모럴해저드이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누가 또 아끼고 절약할까?

나는 요즘 민스키(Hyman Minsky, 1919-1996)에 푹 빠져 있다. 사실을 말한다면 위의 예화도 그의 이론을 다룬 책 <민스키의 눈으로 본 금융위기의 기원, 리더스하우스>에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민스키는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경제학자이지만 일찌감치 금융위기가 왜 발생하는지를 ‘민스키 모멘트’라는 통찰력 있는 이론으로 설명하였다. 금융시장은 어차피 불안정한 상태여서 금융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최근시장의 상황을 살핀다면 그의 주장이 적중하고 있어서 전율마저 들 정도이다.

그런데 유럽 중앙은행의 2차 LTRO에 대하여 시장에서는 벌써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것 같다. 유동성이 공급되었으니 또 한 번의 ‘유동성장세’가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의견도 물론 있지만, 반면 오히려 시기만 늦추어놓았을 뿐 위기의 본질 자체는 사라지지 않았다는 견해도 있다. 하긴 빚으로 빚을 갚았으니 문제가 해결될 턱이 없다. 금융기관의 모럴해저드 문제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유럽 금융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간단한 산수 하나 해보자. 2011년4월27일에 기록된 코스피지수의 고점은 2,231이었다.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던 지수는 결국 2011년9월26일에 1,644까지 내려선 끝에야 반등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니 지수는 고점대비 2,231-1,644=587포인트 하락한 셈이다. 587포인트의 61.8%는 587x0.618=363포인트. 따라서 1,644+363=2,007이 된다.

계산하는 것이야 어렵지 않으나 대체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산수인가. 어리둥절하는 분들이 많을 터. 그러니 설명을 보탠다. 핵심은 현재 나타나는 상승세의 목표치를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는 문제로 귀결된다. 엘리어트 파동이론에 의할 때 나는 현재의 파동을 반등으로 보고 있다. 통상 반등의 폭은 하락파동 길이의 61.8%만큼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계산한 것이 하락폭 587포인트에 61.8%를 곱하고, 그것을 바닥에다 더한 것이다. 그렇게계산한 2,007이 현재 나타나는 상승 파동의 목표치가 된다.

그런데 지수는 이미 지난주에 2,007은커녕 2,030도 넘겼다. 계산이 틀린 건가? 아니면 다른 목표가 또 있어야 하는 걸까? 그런 것은 아니다. 어차피 목표는 목표일 따름이다. 늘 하는 말이지만 기술적 분석은 과학이 아닌지라 목표치를 ‘소숫점 둘째 자리’까지 정확하게 계산해낼 수 없다. 그건 불가능하다. 목표를 계산하는 것은 ‘대충 그런 정도’라는 의미이다.

물론 2,007이라는 목표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예컨대 어떤 기업이 매출 10조원을 목표로 하였다고 하자. 그런데 하다 보면 그걸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 10조원을 달성하였다고 그때부터 문을 닫아걸고 영업을 중단할 기업은 없다. 다만, 애당초 목표를 무턱대고 만들지는 않았을 터. 무언가 근거가 있었을 게다. 목표를 초과할 수는 있겠지만, 너무 무리하면 나중에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법이다. 주식도 같다. 어차피 목표는 목표일 뿐이지만이쯤에서는 슬슬 ‘몸조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내 말은 일단 2,007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상태인지라 여기서 더 치고 올라가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것. 어차피 추세는 상승세이니 주된 흐름이 어디 도망가지는 않겠으나 나는 올해 들어 지수가 변변한 조정도 없이 내내 상승하기만 한 것이 좀 마음에 걸린다.

(달러-원 주간전망)

드디어 1,120원도 뚫렸다. 사실상 2월 한 달은 ‘고정환율’ 제와 마찬가지였다. 내내 환율은 아래로 1,120원, 위로 1,130원의 좁은 박스권에서 지루한 횡보 양상을 이어갔고, 그 덕택에 딜러들은 온종일 하품깨나 하였을 게다. 그러나 지지선이나 저항선이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라 결국 아래로 난공불락 요새와 같던 1,120원 지지선이 무너졌다.

지지선이 무너지면 하락세가 강화된다는 것은 기술적 분석 교과서 첫 부분에 나오는 내용이다. 따라서 앞으로 달러-원은 의당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기술적 분석 교과서의 바로 그다음 페이지에는 ‘지지선이 무너지면 전체적으로는 하락세가 가속화되지만, 가격이 급락하였을 때는 종종 기존의 지지선 근처로 회귀하려는 되돌림(혹은 반등)이 나타난다.’라는 것도 나와 있다.

돌이켜본다면 1,120원이 무너질 때 달러-원의 하락폭은 비교적 큰 편이었다. 하락이 과격하게 나타난지라 기술적 분석 교과서의 말대로 이번 주 초반에 달러-원은 약간 반등할 수도 있겠다. 어차피 대세는 넘어갔다. 하락세이다. 1,120원이라는 최후의 방비선도 무너진 마당에 하락의 물줄기를 되돌리려고 흐름에 저항하는 것은 ‘패잔병의 아쉬움’일 따름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여기가 중요하다. 1,120원 언저리로의 반등이 예상되고, 그래서 우리는 약간의 상승 흐름이 있은 연후에 다시 달러-원은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여야 옳다. 하지만, 만약에 달러-원이 1,120원을 다시 넘어선다면 그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1,120원에서 반등이 막힌다면 ‘시나리오’대로이지만, 그게 아니라 상승이 더 이어진다면 해석이 어렵다. 단순한 패잔병의 항전이라고 평가절하해야 하나? 어려운 문제이다.

사실을 말한다면, 일단 기술적 분석으로 혹은 추세로 보아서는 하락세임이 마땅하다. 따라서 전략으로는 ‘숏’ 포지션을 취해야 옳다. 그러나 1,120원 아래에서는 1,100원이라는 지지선이 빤히 보이는지라 강력하게 매도로 돌아서기 쉽지 않다. 더구나 1,120원의 저항선을 넘어 달러가 반등하는 때도 대비하여야 한다. 물론 달러-원이 설령 1,120원을 상향돌파한다손 치더라도 1,130원마저 쑥쑥 넘어서는 강세로 이어지지는 않을 터. 그러면 1,120~1,130원의 지루한 박스권 횡보가 재연될 공산이 높다.

여하간 방향은 매도 쪽이로되 1,120원 아래에서는 부담스럽다. 반등을 노리고 싶다. 1,120원을 다시 넘어서는지도 확인해야 하겠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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