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양상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미국과 유럽 증시가 빠르게 진정되긴 했지만 지정학적 불안으로 인한 금융시장의 부침의 가능성은 여전하다.

사태가 일어난 이후 증권사들이나 각 경제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나 의견들을 구분해보면 `큰 악재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는 결론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익스포저가 거의 없다지만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만 주시하고 있다'고 밝히는 정도다. 골드만삭스나 바클레이즈 등 해외 IB들도 태국과 중국 등을 포함한 신흥국에서 자금 이탈이 일어나지 한국은 안전할 것이라는 시각을 피력했다. 그러나 복잡계로 얽혀있는 불투명성이 지배하는 국제금융시장의 흐름에 투자자들과 증권.금융당국이 경계감을 늦춰서는 안될 것 같다.

◆에너지 가격이 관건

우크라이나 사태가 다시 악화되거나 장기화될 경우 국제 에너지 가격은 언제든지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 경우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과 중국의 경기 둔화가 세계 금융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시장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의 핵심은 에너지 가격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에 직접 투자한 외국인 비율도 미미한데다, 금융시장 자체가 덜 발달됐기 때문에 직접 피해는 덜하지만, 세계 6대 곡물수출국이기도 한 우크라이나 한 가운데로 유럽의 주요 에너지 공급원인 러시아 파이프라인이 지나간다. 이 통로에 문제가 생기면 에너지 가격 상승의 발단이 될 수 있다. 지난 2006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가스공급 협상에 실패한 것이 원자재 가격 상승 계기로 작용했던 경험이 있다. 우크라이나의 붕괴는 러시아에게도 불리하다. 2010년만해도 연 4%대 성장을 기록했던 러시아에게 이번 사태는 지난 해에 이어 1% 성장률에 그치게 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치 올림픽에 500억달러를 쏟아 붓고 이후 관광객을 맞을 준비를 하던 러시아다. `러시아발' 금융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안전자산 `쏠림현상'…반드시 한국에 유리한가

우크라 사태 이후 곧바로 나타난 현상은 안전자산들의 가격 움직임이 활발해졌다는 것이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화와 엔화, 금값은 강세를 보였다. 반면 신흥국 통화가치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터키 리라화, 폴란드 즐로티화, 남아공 랜드화, 헝가리 포린트화가 급락했다. 태국과 베네수엘라에서도 정치 불안이 지속되고 있어 신흥국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인 투자 심리 악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과 맞물린 현상이다. 신흥국시장에서 자금 이탈은 미국과 일본, 한국 등 안전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엔 일리가 있다.

하지만 연쇄적인 신흥국발 파장에서 안전할 수 있는 투자지역은 없다. 러시아의 추가적 위협이 없이 우크라이나의 안정적 정권 수립이 이행될 경우 IMF 프로그램 협상은 내달까지는 이뤄지고, 150억~200억달러의 자금이 투입되면 우크라이나 우려는 다소 완화될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푸틴 정권의 선택을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은 좀 더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은 여전히 유효하다. 시장 변동성이 높아진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는 의미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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