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건설업계가 충당부채 설정에 골치를 앓고 있다. 자칫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일까 전전긍긍하고 있지만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참고사례집 발간마저 중단됐다.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장기계약공사의 이익인식을 중점적으로 살피겠다고 발표하고 실제로 대우건설 특별감리에 착수하자 충당부채 설정을 두고 건설사 회계부서에 비상이 걸렸다.

IFRS 규정에 맞춰 충당부채를 설정하려면 손실가능성이 크고, 예상되는 금액을 신뢰성 있게 추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두 가지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개별 사업장의 사업성을 평가하려 해도 정부의 잇따른 대책 발표로 국내 부동산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데다 사업장 분포도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등 전 세계에 걸쳐 있어 연 1회 평가도 힘겨운 상황이다.

게다가 일반회계기준(K-GAAP) 적용시절 발간되던 실무 사례집도 2010년 IFRS 전면 도입이후 저작권을 이유로 발간이 중단돼 참고할 사례도 부족하다.

명확한 기준이 없어 사업 손익분석에 필요한 각종 자료를 현업 부서에 요구하기도 쉽지 않은 데 충당부채 설정 뒤에는 부실을 알면서도 늦게 반영한 것이 아니냐며 투자자로부터 분식회계 의혹에 시달린다.

결국,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중요한데 단기실적에 임기가 좌우되다 보니 충당부채 설정과 같은 손실 반영에는 적극성을 띠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해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 SK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은 실적발표 전후로 최고경영자 교체가 있었다.

한 대형건설사 재무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건설사에 대한 회계감리 부실을 탓할 게 아니라 회계기준부터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며 "IFRS 도입 뒤 참고사례집 발간마저 중단돼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부실이 터진 뒤 왜 미리 반영하지 않았냐고 물을 수는 있겠지만 진행 중인 사업을 예측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라며 "처벌 운운하기 전에 객관적인 기준을 먼저 제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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