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건설업계가 분식회계 공포에 휩싸였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중점감리 대상으로 장기계약공사 수익인식을 살피겠다고 공언한 데 이어 대우건설 특별감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일부 해외현장의 문제와 회계제도상의 결함이 겹쳐진 우연이라고 항변하는 반면, 금융당국은 철저한 조사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연합인포맥스는 3회에 걸쳐 분식논란으로 불거진 건설회계 이슈에 대해 점검한다.>



(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지난해 충격적인 손실을 고백했던 대형건설사들이 분식회계 공포에 떨고 있다. GS건설은 투자자와 손해배상소송을 진행 중이고 대우건설은 금융감독원의 특별감리를 받고 있다. 이를 지켜보던 대림산업도 슬그머니 3천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고백했다.

5일 회계감리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이 분식회계 네 글자에 떠는 이유는 간단하다. 어떤 형태로든 분식회계에 관련되면 강력한 형사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20조 1항은 회계 처리 기준을 위반해 거짓으로 재무제표 또는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 공시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같은 법 21조에는 양벌규정을 둬 회사 내에 회계부정이 발생하면 회사까지 동일한 수준의 벌금형을 내린다.

이 때문에 어닝쇼크를 발표했던 건설사들은 해외 현장과 건설회계의 특징 때문이지 결코 고의가 아니라고 적극적으로 항변하고 있다.

실제로 건설회계는 완성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진행 중인 공사를 대상으로 매출과 이익을 인식하기 때문에 제조업과 다른 회계적 특징을 지닌다.

예를 들어 아파트를 짓는 데 수천억 원의 빚을 지더라도 매각되기 전까지는 해당 아파트의 원가에 포함된다.

쌍용건설이 미분양 아파트 매각 후 갑작스레 자본잠식에 빠진 것이나 한국토지주택공사가 140조 원의 부채를 지고도 회계상 이익을 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정유플랜트와 같은 대형 공사는 수년씩 진행되는 탓에 완공 뒤 이익과 비용을 정산하는 것이 아니라 공사 진행 정도에 맞춰 비용과 이익을 추정한다. 추정에는 예정원가를 사용하는데 실제 원가가 이보다 낮으면 이익을, 높으면 손해를 입는다.

이 때문에 대규모 해외공사가 많은 대형 건설사들은 준공 단계에서 대규모 실적 변동이 발생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대형 플랜트는 공종별로 사용부품이나 기술 등이 달라 표준화가 어렵고 원가 추정에 상당한 경험이 필요하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처음 중동에서 발전 플랜트를 수주했을 때 발주처가 요구한 UPS(무정전전원장치)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회사에 한 명도 없었다"며 "5% 이익을 예상했지만 적자를 면한 것에 안도해야 했다"고 고백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 플랜트 현장은 수백, 수천 가지의 품목을 다뤄야 하고 협력업체만도 백여 곳이 넘는다"며 "제조업과 같은 기준을 들이대며 분식회계라고 비난하는 것은 다소 억울하다"고 말했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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