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분식회계 논란에 대해 건설업계는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해명하는 반면 금융당국과 회계감리업계는 최고경영자(CEO)의 자질 문제라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다만, 이익과 손실의 추정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금융당국도 일정 부분 인정했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충당부채 처리다. IFRS는 충당부채에 대해 "손실가능성이 높고 예상되는금액을 신뢰성 있게 추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작년 3.4분기까지 양호한 실적을 내놓던 대우건설과 대림산업은 4.4분기 들어 적자로 돌아선 이유에 대해 충당부채 설정으로 미분양 주택사업장과 해외플랜트 현장 등에 대한 손실을 선제적으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손실가능성과 신뢰성에 대한 객관적인 척도가 없다 보니 최고경영자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손익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반회계기준(K-GAAP)을 적용할 때는 한국회계기준원이 매년 사례집을 발간해 실무자들이 회계 처리에 참고할 수 있었지만 2010년 IFRS 도입 이후 사라졌다.

한 대형건설사 재무담당 임원은 "사업성 우려만으로 충당부채를 쌓는 것도 IFRS가 요구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며 "문제가 된 해외플랜트 사업장도 발주처와 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손실 여부를 판단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회계기준원과 회계감리업계의 이야기는 다르다. 건설업종은 이전에 사용되던 K-GAAP와 IFRS의 회계처리 방식에 큰 차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손익에 대한 추정이 곤란하면 완공된 뒤 정산수익을 회계에 반영하면 되기 때문이다.

회계기준원 관계자는 "건설사는 공사를 진행하며 수익을 인식하다보니 일반 기업과 다른 측면이 있다"면서도 "추정이 그렇게 힘들고 어려우면 진행기준이 아니라 완성기준을 사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회계기준 관련 사례집 발간을 중단한 데 대해 "IFRS의 해석 권한이 국제기구에 있기 때문"이라며 "실무 교육 등으로 대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령 건설사의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아무런 예고없이 급작스레 손실을 반영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전년도 사업보고서 작성시기가 3월인 점을 고려할 때 1분기 어닝쇼크가 예상됐다면 일부라도 보고서에 반영됐어야 정상이라는 이야기다.

한 다국적 회계법인 관계자는 "결국 여러 사업장의 손익을 섞어 손실을 스무딩하려는 최고경영자의 판단이 개입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경영진 교체 직후 어닝쇼크가 터져나온 점도 유의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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