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종혁 김대도 기자 = 코오롱글로벌이 감자 후 증자까지 검토하는 배경에는 차입금 부담을 덜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두산건설이 감자 후 상환우선주를 발행해 차입금을 끈 선례를 쫓아갈 것이라는 게 시장의 진단이다.

증권업계 참가자들은 5일 코오롱글로벌이 두산건설의 재무구조 개선 패턴을 답습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감자 후 증자를 검토한다면 상환우선주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차입금 감축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산건설은 작년 11월 10대 1의 감자를 공시한 후 곧이어 상환우선주 발행을 통한 증자에 나선 바 있다. 두산건설은 증자로 확보된 자금으로 단기차입금을 상환해 작년 9월말 87%였던 단기차입금 비중이 65% 안팎으로 축소되고, 222%인 부채비율도 150% 안팎으로 대폭 개선됐다.

코오롱글로벌도 작년 9월 기준 단기차입금이 4천733억원으로 전체 차입금 및 사채의 절반에 달해, 재무 건전성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다.

A증권사의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큰 그림에서 감자와 증자를 거친다는 점에서 두산건설과 공통점이 있다"면서도 "두산건설이 HRSG를 인수하는 등 사업성을 확보한 뒤에 감자와 증자를 거쳤다면, 코오롱글로벌은 그런 과정 없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차이점은 있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코오롱글로벌이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내건 트리거(trigger) 조항 탓에 증자 가능성에 무게감이 실린다고 진단했다.

IFRS 별도기준 부채비율이 두 반기 연속으로 500%를 넘으면 기한이익이 상실돼, 작년부터 발행한 공모채 2천750억원 중 일부를 즉시 상환해야 한다. 코오롱글로벌의 작년 3.4분기말 기준 부채비율은 469%다.

B증권사의 한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작년 4분기에 300억원 이상의 당기순손실이 생기면 부채비율은 500%를 넘게된다"며 "최소 500억원 이상의 증자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분석했다.



◇감자 후 증자까지 검토

코오롱글로벌은 이날 이사회에서 주식병합을 통한 감자를 오는 4월24일 진행하기로 결정됐다고 공시했다. 감자 후 자본금은 4천187억원에서 837억원으로 줄지만, 감소한 자본금(3천350억가량) 만큼 감자차익이 발생해 자기자본은 변동 없게 된다.

코오롱글로벌은 과다한 발행주식수 축소와 배당가능한 자본구조로 전환을 통한 기업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감자에 나선다며 대규모 감자차익으로 기존 누적결손금537억원도 상계한다고 설명했다.

코오롱글로벌은 또 감자 후 추가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증자에 나설 가능성 을 언급했다.

코오롱글로벌측은 "감자 후 증자를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은 증자 규모나 방식 등에 대해서 결정된 바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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