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가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차기 한국은행 총재가 발표되던 지난 3일.

각종 언론과 금융시장이 이주열 총재 내정자의 과거 발언을 샅샅이 찾아보며 과연 그가 '매'인지 '비둘기'인지, 기준금리는 어떻게 바뀔지 분석하기 여념 없었던 그 시각, 이 내정자는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만났다고 한다.

이 내정자는 과연 어떤 이유로 많은 지인들 가운데 임 회장을 만났을까.

이 내정자와 임 회장은 연세대학교 선후배 관계이기도 하지만, 지난 2011년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공동으로 개최한 거시정책협의회의 파트너이기도 했다. 이 내정자는 당시 부총재, 임 회장은 기재부 1차관이었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공식적으로 머리를 맞대 거시경제 전반에 대해 집중 점검하는 회의다.

당시 한은은 열석발언으로 인해 기재부의 '기'자만 언급해도 예민해하던 시기였다. 한은 고유의 영역이라고 생각됐던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기재부 차관이 배석하면서 한은의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논란이 한참 일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기긴 했지만 고물가와 글로벌 재정위기로 대내외 환경 불안이 지속되고 있었던 상황이라, 정부는 중앙은행과의 긴밀한 정책공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협의회를 열자는 정부의 제의를 거센 내부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받아들인게 바로 이 내정자였다는 후문이다.

지난 2012년 이 내정자가 부총재직을 내려놓은 이후에도 두 인사는 간간이 만남을 지속하며 친분을 이어왔다.

갑작스러운 청와대의 발표 후 임 회장이 약속을 미루려했지만 이 내정자는 "예정대로 하자"고 답했다고 한다. 정신없는 일정에도 임 회장을 만난 것은 이 같은 친분이 크게 작용했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바로 인사청문회다.

그동안 한은 총재는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면 됐지만, 2012년 한은법 개정으로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 됐다. 첫 타자가 된 이 내정자로서는 그야말로 '참고 사례'도 없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청문회 준비에 경험이 많은 임 회장에게 도움의 손길을 구한 것이다. 임 회장은 국무총리 실장으로 일하면서 김용준·정홍원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의 청문회를 준비한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임 회장은 이 내정자에게 어떤 조언을 했을까. 그 노하우는 바로 '문제제기가 나왔을때 바로 쳐낼 것'이었다고 한다.

의혹이 불거졌을때 숨기거나 우물쭈물 피하지 말고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해 싹을 잘라버리라는 얘기다. 눈을 모아서 쓸어내려다 깔리지 말고, 올 때 바로바로 깨끗이 쓸어내란 말이다. 결국 솔직하고 기본에 충실한게 최고라는, 단순하지만 가장 정답인 조언을 건넨 셈이다.

이 내정자는 35년간 한은에 몸담은 정통 한은맨으로서 정책능력이나 경제철학, 재산 문제는 무난하게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아들의 병역 면제 문제는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같이 나오고 있다.

오는 19일로 예정된 청문회가 신상털기가 됐든 정책논쟁이 됐든, 이 내정자가 임 회장의 조언처럼 시장의 의혹을 한방에 날릴 수 있는 속시원한 대답을 할지 관심이다. (산업증권부 문정현 기자)

jhmo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