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18년째 오직 '신영' 간판을 달고 가치투자와 씨름해 온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7일 "주식시장에 7년 만에 봄이 올 가능성이 있다. 신호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는 현 시점이 바닥'이라는 확신에 찬 그는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 매수 타이밍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허 부사장은 이직이 잦은 펀드매니저 세계에서는 아주 드물게 18년을 신영자산운용, 한 회사에만 있었다. "(까먹은 만큼) 다시 회복하는 걸 목표로 해서 살다 보니 세월이 이렇게 흘렀다"라며 웃었다.

◇ "굴곡이 심한 산업…18년 훌쩍 지났다"

이제는 허 부사장이 됐다. 전일 전무에서 승진한 그는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자산운용업은 굴곡이 어느 산업보다 심한 산업"이라며 "30%를 (펀드 운용하기에) 좋은 시기로 본다면 나머지 70%는 안 좋은 시기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말한 '안 좋은' 시기에 놓친 것을 다시 회복하자는 마음으로 살다 보니 18년의 세월이 지나가버렸다고 했다.

허 부사장은 국내 펀드 시장에서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부사장과 함께 가치투자 전도사로 명성을 떨쳐왔다. 신영밸류고배당펀드와 신영마라톤펀드는 이미 스타 펀드가 된 지 오래다. 두 펀드는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이 3월 현재 400% 안팎이다.

업계에서는 허 부사장의 승진을 두고 '될 사람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허 부사장은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 등 일부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가치투자 조직을 격상하고 관련 전략에 집중하는 요즘 추세에 대해 말을 아꼈다. "똑같은 시장 선수인데, 감독처럼 말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시류(時流)에 따른 운용 스타일이나 투자 대상 업종 선정은 언제나 명멸하게 돼 있다"면서 "가장 잘할 수 있는 운용 스타일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펀드매니저로 성장하고자 하는 후배들에 대해 허 부사장은 "어느 조직에 속하느냐보다 자신이 어떻게 지속적으로 본인의 소신을 실천하느냐가 중요하다"라며 "어떠한 섹터든 소신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운용한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 "국내 증시, 안 좋은 시기의 끝"

허남권 부사장은 현 시점에서 코스피가 더 빠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지수가 올라가기보다 빠지기가 더 어려운 장세"라고 진단했다. 실제 국내 증시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등 하방 요인이 많았음에도 움직임이 크지 않았다.

러시아증시가 11% 폭락하고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였지만, 코스피는 20~30포인트 조정받는 수준에 그쳤다. 그나마도 위기가 잦아들자 반등에 성공해 낙폭 대부분을 회복했다.

이런 증시 상황을 고려할 때 그는 이제는 우리나라 시장의 '복원 가능성'에 베팅할 시기가 됐다고 조언했다.

내수 활성화를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과 코스피의 밸류에이션 상태가 시기적으로 맞물려 지수가 오를 수 봤기 때문이다. 주택 경기 회복 조짐 등 내수 경기를 자극할만한 재료도 최근 많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가 "기업의 순자산은 불어났음에도 우리나라 시장은 7년 동안 거의 평균 수준"이라며 "순자산가치가 늘어났음에도 지수에는 반영이 안 됐다"고 말했다. 그는 어떠한 결정적 계기가 이러한 틈을 메울 수 있다고 봤다.

그가 '7년'이라는 세월을 언급한 것은 거래대금이 월 단위로 지난 2007년 초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거래가 살아나야 지수도 오를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허 부사장은 "이제는 코스피 자체가 가치주가 됐다"며 국내 증시가 이제는 특정 계기만 나타나면 위쪽으로 튀어오를 수 있는 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jy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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