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경제 사령탑인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이 너무 의기소침해졌다. 세종시에 있는 청사와 국회가 있는 서울을 오르내리면서 체력적으로도 많이 지친 듯 하다. 기재부 직원들의 사기와 체력 저하가 자칫 정책집행의 집중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모피아로 불리는 기재부 직원의 사기 진작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내세운 경제개혁 3개년 계획도 이들이 이끌어 가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를 운영하는 각종 경제정책의뼈대는 예산과 세제다. 정권이 교체되면 가장 먼저 손대는 곳도 예산 편성과 세제 개혁의 원칙이다. 박근혜 정부도 어김없이 이 부분부터 개혁하면서 경제 개혁의 고삐를 다잡고 있다. 최근 발표된'경제개혁 3개년 계획'의 근간도 결국 예산과 세제를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 걸맞게 고치겠다는 의지의 다른 표현이다.

예산실과 세제실을 가진 기재부가 이런 엄중한 책무를 도맡고 있다. 기재부 장관이 부총리를 겸직하고 매주 열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관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관이 부총리로 격상 됐지만 기재부는 인사상의 실속을 하나도 못챙겼다. 지난 1년간 갖은 고생을 했지만 공무원들의 꿈인 1급 승진자(차관보급)를 아직 한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국장급으로 내려오면 상황은 더 참담하다. 일부 국장급 인사들이보직을 받지 못해 인공위성 처럼 떠돌고 있다. 일부 국장급은 이전에 받았던 연수를 또 받으러 떠냐야 하는 코미디 같은 일도 벌어지고 있다.

각종 경제정책을 일선에서 챙겨야 하는 과장급도 승진 인사는 언감생심이다. 국장급으로 승진한 모 국장은 결국 기재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해 다른 부처로 둥지를 옮겼다.과장급 보직 순환도 여의치 않다. 국장급 인선이 막혀 있으니 과장급 인선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이같은 사정은 고참 사무관급까지 도미노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재부의 인사에 숨통이 막힌 것은 최근 경제개혁 3개년 계획 발표 과정에서도 일부 드러났다. 여전같으면 사전 여론 검정이나 치밀한 논리적 검토 과정을 통해 발표됐어야 할 정책들이 여과없이 발표됐다. 월세 대책 등 일부 대책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정책을 입안한 당사자들은마음 고생이 심하다.

각종 경제 정책은 결국 사람이 만들고 수행한다. 정책 품질을 제고하는 일도 맡은사람이 신명이 나야 가능한 일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도 있다. 공무원들에게는 승진과 직위에 걸맞는 보직을 주는 게 최고의 칭찬이다. 인사가 만사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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