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예산 통제해온 기재부가 책임통감해야
 

   
<사진설명 : 전순옥 민주당 의원>

 (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공기업이 사람하나 고용하는 것, 복지예산 올리는 것 등 모든 예산을 기재부가 통제해왔다. 그런데 여태 방치해오다 이제와 책임회피하고 있다. 책임통감하고 여태 뭐했는지 최소한의 반성이라도 해야 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민주당 전순옥 의원은 5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강력한 공공기관 개혁을 추진중인 기획재정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전의원은 기재부가관리·감독해온 주체임에도 책임을 개별 공공기관에 떠넘기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개혁은 설립취지부터 되살리자는 의견을 강조했다. 공공성의 가치 실현을 위해 만든 이들 기관을 수익창출이란 잣대로만 평가할 게 아니란 주장이다.

아울러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더불어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 드라이브가 한창이지만 이들 기관을 '죄악시'하는 것을 경계했다.

전 의원은 "국민들은 정부가 얘기하는 것처럼 공기업이 무조건 철밥통이고 국민 혈세를 낭비해 부채가 발생했다고 단순하게 본다"며 "공기업들이 국민들에 '내가 낸 세금으로 이런 혜택을 받는다'부터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가운데 핵심 의제로 설정한 '고용률 70% 달성' 목표에 대해선 "숫자에 집착해 나쁜 일자리만 양산하면 완전히 실패하는 것"이라고 주의를 촉구했다.

전 의원은 "공공기관 정상화 과정에서도 보면 정부가 오히려 '공공기관은 이렇게 좋은 일자리인 데 반해 중소기업들은 열악하다'는 식으로 국민들 이간질하듯 한다"며 일자리의 질적 측면을 어떻게 높이느냐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민주정책연구소가 소상공인정책연구소를 발족해 전 의원이 초대 소장에 취임한 것도 그 연장 선상에서 설명했다.

그는 "모든 제품은 사람이 만드는데 정작 자본 투자에 대한 잉여가치나 효율성, 생산성에만 집중해 사람은 소외됐다"며 "뛰어난 기술 가진 이들을 잘 찾아내 이들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생태계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취지로 연구소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말 대표발의한 '도시형소공인 지원법'에 대해선 "현재의 소상공인 지원책엔 기술숙련이나 교육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공인 대상 내용이 부족했다"며 "상인과 공인을 정책적으로 분리해 다룰 필요성이 있었다"고 입법취지를 설명했다.

다음은 전순옥 의원과의 일문일답

--작년 국감에서 지적했던 한국동서발전의 자메이카전력공사 부실문제에 대해 지난 2월 국회에서 감사요구안이 통과됐다.

▲당시 사장이 독단적으로 처리하면서 회사에 엄청난 피해를 준 사안이다. 자메이카전력공사 지분인수 과정에서 자체 이사회에서도 반대를 많이 했었는데 의도적으로 본인의 인맥을 통해 해외 인사들을 불러와 해외자원 투자위원장을 맡기는 등 일사천리로 진행시켰다. 후임 사장도 "하루라도 빨리 빠져나오는 게 상책이다. 있으면 있을수록 손해"라며 고민한 사안이다. 전체 이사회나 임원진 회의를 거쳐야 할 절차도 안 거치고 무리한 건 공기업 사장의 먹튀나 다름없다.

본래 배임혐의로 고발조치하자고 상임위에 신청했지만, 상임위에선 일차적으로 감사원 감사를 거쳐 문제가 드러나면 정식 형사고발하자고 결정돼 본회의에서 감사요구안이 통과된 것이다.

--공공기관 개혁이 한창이다. 동서발전 문제도 그렇고, 공공기관 방만경영의 심각성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사실 정부의 정책실패 탓인 문제가 많다. 다만 회사에 전체적으로 떠넘겨 방만경영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내용이 노동자의 과잉복지에 방점이 찍힌 것이다. 해당 예산이라고 해봐야 얼마 안 되고, 부채는 해외 자원개발에 무리한 경쟁을 하다가 생긴 것이다.

배경엔 이명박 정부 들어 '시장형 공기업'을 도입해 사장들이 앞다퉈 성과내기 위해 수익 안나는 곳에도 투자했던 것에 있다. 거기엔 성공불융자란 것도 있어 투자가 성공해 이익이 나면 좋고, 이익이 안나더라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며 괜찮다는 식이었다. 에너지 공기업들 살펴도 그렇게 들어간 돈이 이명박 정부 5년간 27조원에 이른다.

전기에너지쪽의 경우 전기요금이 현실화되지 못한 측면도 있다. 전체 전기사용량 가운데 산업용은 55%, 가정용은 13.4%정도밖에 안쓰는데 납부된 요금은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요금이 현실화되지 못했다는 것으로 여기에서 생기는 한전 부채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기사용피크제 시간엔 수요조절을 위해 기업들에 인센티브도 주는데, 그게 하나의 시장을 형성했다. 여기에 드는 예산만 2012년 4천억원 가까이 된다. 전기는 싸게 팔면서 피크제 만들어 또 돈을 준다. 이런 형평성 없는 정부 에너지 정책이 문제다. 이런 과정 속에 부채가 늘어났다.

--구조적인 문제라는 의미인가.

▲이명박 정부 들어 LH 부채가 71조원 늘었다. 부동산 공약 이행하려는 것이었다. 임대주택이 복지 차원이라면 그걸 또 부채로만 봐서도 안되고 복지예산으로 볼 수도 있다. 회계상으로 부채로 남았지만 실제 땅이 있고, 분양을 안했거나 한 부분도 있다.

그런 점들 감안하지 않고 모든 공기업들을 통틀어 똑같은 잣대 가지고 방만경영, 부채 척도를 재고 있으니 문제다. 그렇게 일률적으로 적용할 때 회사입장에선 대안 내놓을 수 있는 사안도 현장에선 혼란스럽다. 정상화 대책의 방법론, 내용을 정확히 알고 회사마다 다른 사정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 보니 국민에겐 "공기업이 철밥통이다, 복지가 과도해 부채가 늘었다, 잘못된 것이다, 정상화시켜야 한다, 대통령 말이 맞다"고 된다. 국민이 공기업 정상화 대책의 내용, 방향에 대해 알아야 한다. 경영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책임없이 철밥통 지키느니 민간에 넘겨 철저히 효율성있게 운영하는게 맞다는 식의 내용이 담겼다.

--공기업 개혁을 공공서비스 요금 인상으로 연결짓는 추측도 많다.

▲전기요금 현실화엔 동의한다. 그런데산업용 먼저해야 한다. 60년대부터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 많이 해왔다. 대기업들은 싼 전기를 갖고 전기를 만들어 다시 비싸게 판다. 이런 구조 바꿔야 한다.

원전이 23개 있는데 생산되는 전기량이 우리 국민이 사용하는 전체의 35%를 생산한다. 그 중 사용량은 산업용이 55%다. 원전 생산량을 다 쓰고도 20%를 다른 데에서 또 쓴다. 원전 예산이 적자를 보면서도 얼마나 많이 들어가나.국민은 아끼지 말라고 해도 아낀다. 전기 꺼놓고 에어컨은 생각도 못하고 선풍기도 안켜고 철저히 에너지 절약하고 있다.전기요금 인상은 일률적으로 할 수 없다. 찜통교실 아이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교육용 등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본격 추진되면서 '474 비전'도 제시됐다. 평소 노동운동 관심 가져왔던 입장에서 고용률 70% 달성 목표의 현실성은 어떻게 보나.

▲핵심의제 하나로 청년·여성 일자리 꼽은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숫자보다 중요한 건 제대로 된 일자리다. 고용률 70%에 집착해 나쁜 일자리 양산하면 완전 실패다.

시간제 일자리도 '일자리 쪼개기'란 얘기 많다. 잔업을 많이 하는 생산직은 나눠야 하겠단 생각이다. 8시간 일하고 남은 시간은 자기계발이나 가족들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게 아니고 중소규모 업체에 일하는 이들의 8시간을 줄여 일자리 만든다면 그런 건 안좋다. 지속할 수 있는 일자리, 최소한 8시간 일하면 자기 삶이 안정돼야 하는데 그런 일자리가 안나온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공공기관 정상화 과정 보면 정부가 오히려 국민 이간질한다고 본다. 공공기관은 이렇게 좋은 일자리인데 중소기업은 열악하다 하면서 일자리를 쪼개려 하고.

정부가 국민을 위한 책임있는 중장기적 시야가 없다고 본다. 좋은 직장 있다면 거기 가려고 대학에 가고, 노량진 몰려들고 하지 않나. 그런데 공기업 같은 괜찮은 직장 가려니 철밥통이라고 깎아내린다.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게 첫 번째 약속이라면 중소기업, 파트타임 일자리를 상향조정해야 하는데 하향조정해 국민감정 상하게 하고 있다. 그러면 국민은 내가 공부해서 어떤 직장에 갈까, 희망이 없어진다.

어디에 희망을 두고 노력 추구해야 하나 이런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국민 어려움을 이해 못 한 정책이어서 염려된다.

--공기업이 사원 복지로 '좋은 직장'이라 인기가 많았던 건 사실이다.

▲복리후생비 줄여봐야 전체 예산의 극히 일부다.

솔직히 기획재정부가 문제가 많다고 본다. 사람하나 고용하는 것, 복지예산 올리는 것 등 모든 예산을 기재부가 통제해왔다. 그런데 이제와 여태 방치해오다 책임회피하고 있다. 책임통감하고 여태 뭐했나 최소한의 반성이라도 해야 한다. 공기업에 책임 다 돌리는 정상화대책은 이런 식으로 가면 성공할 수 없다.

공기업 정상화돼야 하는 건 원칙이다.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는 공공기관은 본래 수익 창출을 위해 만든 건 아니다. 질 좋은 서비스를 전달하는 것이 먼저다. 수익을 내지 못하기에 국민 세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재생산된 서비스를 받으면 되는 것이다.

질 좋은 서비스 하려면 투자해야 한다. 다 덮어놓고 주먹구구식으로 방만경영만 탓하는 건 비정상의 정상화가 아니다. 분석을 제대로 해, 제대로 작동할 때 정상화가 가능하다.

교통, 에너지 등 공공성 갖고 해야하는 산업들은 공공기관이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국민이 내가 낸 세금으로 이런 혜택 받는다고 설명해야 한다. 나한테 돌아오는 게 없다고 생각해 부정적이다. 이번 기회에 다 같이 다뤄지길 기대한다.

--지난 2월엔 민주정책연구소 부설 소상공인연구소장에 취임했다. 연구소 설립 취지는 뭔가.

▲그간 관심가져온 게 노동자가 어떻게 하면 가치를 인정받을까 하는 생각이다. 모든 상품들은 사람이 만든데 그 사람에 대해선 중요성을 못느끼고 있다. 자본이 더 중요하고, 어떻게 투자한 데 대해 잉여가치를 창출하나, 효율성·생산성에 집중에 사람은 소외된다.

우리나라 소상공인이 555만명으로 상당히 많다. 자영업자도 650만명 정도로 이들을 위한 중기청 산하 소상공인진흥원이 있긴 하다. 그러나 정책 효율성이 떨어져 있고, 정책도 상당히 주먹구구식이다.

소상공인 현장 돌면서 애로사항 많이 들었는데, 아주 조금씩만 뒷받침해주면 제품 만들어 스스로 먹고살려고 발전시켜온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그동안은 관련 연구도 없었다. 선거 때만 되면 앞다퉈 내놓다가 이슈 사라지면 다시 정쟁이다.

이런 이슈에 관심 갖고 어려움 해결하는 게 복지다. 일 잘할 수 있도록 생태계 환경 만들어주면 보람을 갖고 더 좋은 상품을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 오는 관광객들 56%가 쇼핑하러 온다는데 우리 재래시장 보면 국적 없는 물건들이 쌓여 있다.

제대로 된 상품 만들고 팔 사람들 많다. 생태계를 조성하고 산업 패러다임을 바꿔보자 하는 생각에 연구소 만들어 조사도 하고 현장에서 정책도 만들어보자는 게 취지였다.

--지난해 말 발의한 '도시형소공인 지원법'과 연계돼 있는 것 같다. 어떤 차이가 있나.

▲상인과 공인을 정책적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상공인 정책 다루는 진흥원 등이 있지만 공인에 대한 내용이 없다. 뭉뚱그려 하고 있다. 상인은 마케팅이라면 공인은 어떻게 잘 만들 것인가, 어떻게 기술을 업그레이드 할 것인가, 기술 숙련이나 교육이 많이 필요하다.

서구 유명 브랜드 제품 비교하면 우리가 더 잘 만들 수도 있다고 본다. 상인들 대상 전통시장 리모델링 등을 지원하는 것과는 내용과 질적으로 다르다. 그래서 공인 분야를 분리해 낙후된 정책을 지원법 만들어 수준을 올리자는 것이다. 물건을 잘 만들면 상인도 잘 팔 수 있다.

wkpa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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