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부동산을 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캐피털게인(capital gain:매각차익)을 기대하던 투자대상에서 인컴게인(income gain:이자소득)을 얻을 수 있는 금융상품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고령화와 저금리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연기금과 공제회, 보험사도 부동산과 인프라 등을 포함한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눈을 돌려 해외 부동산에 대한 투자도 활기를 띠고 있다. 이에 연합인포맥스는 부동산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인 법무법인과 자산운용사의 부동산 전문가들을 만나 국내외 시장 전망과 트렌드, 투자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 이 석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 

(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호텔이 한물갔다는 의견도 있지만 비즈니스호텔 위주로 개발에 나서는 국내업자들이 있어 호텔 건축은 계속될 것이다."

이석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10일 "국내에 호텔이 부족하기 때문에 관광을 포기하는 수요가 있어 호텔이 공급될수록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면서 수요를 창출할 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11년과 2012년 늘어나는 관광객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호텔이 우후죽순 지어졌지만 오피스 시장처럼 공급과잉에 빠지진 않을 거라는 게 이 변호사의 평가다.

그는 "2~3년 전에는 빌딩을 매입해 호텔로 리모델링하는 등 호텔 개발이 활성화됐었다"며 "그때만큼의 열풍은 아니겠지만 일본 관광객 등의 수요를 창출할 비즈니스호텔 중심으로 개발이 이어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석 변호사는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제36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콜롬비아 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했다. 법무법인 세종과 로텍합동법률사무소, 에버그린 등을 거쳐 다시 세종에 재직 중인 이 변호사는 수많은 주요 부동산 취득 및 매각 거래를 수행했고 그와 관련된 특수목적회사(SPC)의 설립과 구조화금융업무에 참여한 바 있다.

법무법인 세종은 40여명의 변호사로 구성된 부동산 전담팀을 두고 부동산과 부동산금융 관련 자문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송무와 세무 등 타분야의 전문 변호사와의 협업 시스템이 확립돼 있다. 세종은 1999년 IMF 위기 때부터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거래를 대리해오는 등 선제적으로 부동산거래 전담팀을 꾸려 경험을 축적해왔다.

--최근 부동산 해외 투자 트렌드는

▲과거 해외 투자가 다소 무분별하게 이뤄진 경향이 있었지만 이제는 돌다리도 두들겨가며 보수적으로 투자한다.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 등 법률 리스크를 치밀하게 체크하면서 투자에 나선다. 물론 사업성이 투자 고려대상 1순위지만 법률 리스크를 세부적으로 살피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또 해외투자의 유형이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국내에 유동성은 풍부한데 투자 대상이 없고 있어도 수익률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아 넓은 시장인 해외로 적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국내 부동산을 유동화에 싱가포르에 상장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는

▲이제는 만만한 에셋이 없다. 투자자들의 기대 수익률을 맞추려면 리스크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프라임급 오피스에서는 경계침범 등 비교적 사소한 문제들이 있었을 뿐 딜을 멈출 만큼 치명적인 리스크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국내 프라임급 오피스 시장이 정리되면서 소유권 등 법률적인 리스크가 있는 물건까지 거래 대상이 넓어지고 있다. 따라서 실사 단계에서부터 파이낸스뿐만 아니라 송무까지 고려해 다양한 측면에서 자문을 받아야 한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는

▲호텔 건축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호텔이 한물갔다는 의견도 있지만 아직도 비즈니스호텔 위주로 개발에 나서는 국내 업자들이 있다. 2011년과 2012년 늘어나는 관광객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호텔이 필요하다는 분위기였고 그에 따라 우후죽순 지어졌다. 하지만 오피스 시장처럼 공급과잉에 빠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 국내 호텔 공급의 부족으로 관광을 포기하는 수요가 있어 호텔을 공급하면 할수록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면서 수요를 창출할 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딜은

▲해외의 위탁운용사(GP) 위주로 쓰인 계약서와 씨름하며 국내 투자자(LP)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던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밸류에디드 펀드를 자문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난 2011년 미국 경기가 다소 침체됐을때 저평가된 매물들이 많이 나왔었는데 이를 취득해 운용하는 것이 밸류에디드 펀드였다. 당시 계약서 초안은 GP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성돼 있었는데 GP의 귀책사유에 대해 3년이 걸리는 관할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아야 인정한다는 조항 등 LP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GP는 이러한 규정이 관행이라고 설명했지만 새로운 계약서를 작성하면 그것이 관행이 되지 않겠냐며 항변했다. 이렇게 국내 투자자의 이익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고 성공적인 거래 종결 후에 펀드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더운 여름에 자문을 시작해 겨울에 끝났는데 대략 8개월 정도 걸렸고 시차 때문에 새벽에 컨퍼런스콜을 하는 등 기억에 많이 남는 프로젝트였다.

--해외 자산운용사들이 국내 투자자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던데

▲세계적인 자산운용사의 핵심 인물이 국내 기관에 찾아와 투자를 유치하러 오는 모습을 볼 때 격세지감을 느낀다. IMF 때 다소 고자세로 부동산을 매집하러 다니던 외국계 운용자들이 국내 기관의 운용자산 규모가 커지자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국내 부동산을 사들이기 위해 국내에 들어오던 운용사들이 이제는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들어온다. 해외 자산운용사의 아이콘 격인 직원이 해당 운용사의 역량을 어필하며 질문에도 성실히 대답하는 등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면 뿌듯함을 느낀다.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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