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억 칼럼> 차라리 혁명이 쉽지
<최기억 칼럼> 차라리 혁명이 쉽지
  • 승인 2014.03.1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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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 혁명은 장쾌한 일회성으로 마무리되는 '전쟁'과 같은 것이지만, 개혁은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이해집단(Monster)과 관료제라는 늪에서 '전투'를 반복해야 하는 기약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창조경제에 대해 과연 잘될까 하는 회의론이 일각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대통령 혼자서 만기친람(萬機親覽)하고 부처에서 올라오는 보고만 받으면 규제개혁은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높다. '파킨슨의 법칙(Parkinson's law)'을 거론할 것도 없이 관료와 공무원은 자리 확장과 규제를 먹고 생존하는 존재들이며, 이들에게 규제는 곧 밥이고 권력이다. 이들에게 존재와 힘의 근원인 밥그릇을 내려놓으라고 촉구한다고 호락호락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이는 순진한 것이다.

규제 개혁을 위해서는 이 분야에만 몸을 던질 집요한 핵심 인물을 임명하고, 세부 내용을 잘 아는 상시 조직원을 배치하는 일이 긴요하다. 행정부 내 규제를 뒤지고, 이해집단의 기득권을 부수는 소위 정예 '스파르타 300인'이 필수적이다. 현재 행정부 조직 안에는 존재하지 않는 'action program committee'가 출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주요 그룹의 '구조본'과 같은 기능이다.

현재의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장관회의 같은 아무 힘없는 역할이 아니라, 대통령이 신뢰하는 책임자를 배치해 일·주·월 단위 정례보고 직접 받고, 중요한 것은 규제개혁에 저항하는 공무원은 목을 자를 수 있는 인사권도 함께 줘야 한다는 점이다. 이 조직은 각 부처와 지자체에 전화하거나 직접 방문해 다그치고, 걸림돌이 되는 문제는 같이 고민도 해주고, 안 되면 안 되는 이유를 조사하는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한마디로 상시로 옥죄는 역할에만 집중하는 조직이다.

이런 상설 기구 없이 대통령이 보고만 받는데 머문다면, 공무원들은 중국집 주인처럼 "예, 예, 다 돼 갑니다"만 반복하고,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현재 같은 상태가 지속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해집단의 기득권 수호라는 걸림돌과 집요한 방해에 번번이 걸려 넘어져 경제혁신도 창조경제도 물 건너 가게 될 것이다.

또 하나, 이 임무의 수행은 같은 공무원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격이기 때문이다. 행시 선후배이고, 고교,대학,지역 연고 등으로 엉켜 있는 관료 공무원 조직 내부의 '형님 아우, 내 식구 감싸기'를 부수려면, 기획하는 곳과 측정 평가하는 담당자 사이에는 분명한 '파이어 월(경계선)'이 존재해야 성과가 나온다.

대통령 업무보고 때마다 각 부처가 규제 개혁 계획을 경쟁적으로 내놓지만, 실제 넝쿨같이 휘감는 중요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매년 늘어나는 훈령, 고시 같은 세부 규제로 교묘히 숨겨져 있다. 요즘은 특히 국회의 주요 상임위에 소속한 의원들과 보좌관들조차도 규제가 곧 권력이고 이권이 된다는 냄새를 맡아서인지 의원 입법이라는 명분으로 밥그릇을 챙기기에 바쁘다.

박 대통령이 최근 '쓸데없는 규제는 우리가 쳐부술 원수'라는 언급에서 결기가 느껴지지만, 역사는 우리에게 언제나 개혁이 혁명보다 힘든 가시밭길이라는 걸 가르쳐주고 있어 녹록지 않을 것이다.

(취재본부장/이사)

tscho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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