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순환 기자 = 고객정보 유출의 불똥이 금융당국의 회사채 발행 제동으로 이어지면서 KT의 속이 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이달 14일과 20일에 당장 쓸 돈이 필요해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추진해 왔지만 금융당국의 매서운 대응에 자금 수급에 빨간 불이 켜졌다.

변화와 혁신을 통해 KT를 새롭게 탈바꿈하겠다던 황창규 회장의 꿈은 잇따른 악재로 빛이 바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일 KT가 5천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정정신고 명령을 내렸다.

홈페이지 해킹으로 막대한 규모의 고객정보가 유출된 것과 관련한 명확한 사항을 증권신고서에 적시해 다시 내라는 것이다.

증권신고서를 새로 내고 금감원의 승인을 받는데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되는데다, 수요예측을 다시 실시해야 하는지 등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어 사실상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은 어렵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KT 관계자는 "증권신고서 제출과 관련해 주관사와 상의해서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회사채를 통해 조달해 사용하려던 자금은 내부적으로 마련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KT는 회사채로 5천억원을 조달한 뒤 콘텐츠구입비와 판매관리비, 접속료 등에 총 3천억원을 집행할 예정이었다.

내부적으로 자금 상황이 나쁘지 않아 회사채 발행 불발로 생기는 공백은 충분히 메울 수 있지만 이번 일로 금융시장에서의 평판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KT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회사채 시장 뿐 아니라 해외에서의 평가도 불리하게 흐르고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올해 초 KT의 신용등급을 A3에서 Baa1로 한 단계 강등했다.

이동통신시장의 경쟁 격화와 유선매출 감소, 고비용 구조 등을 고려할 때 신용등급 'A3'에 부합하는 수익성을 회복하기까지 단기간에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앞으로 1~2년간 의미 있는 자산 매각이 이뤄지지 않으면 부채를 상당히 줄이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고 무디스는 지적했다.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은 자금조달 비용 증가로 연결돼 결국은 경영과 재무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KT는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4분기에 1천494억원의 영업손실과 3천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기도 했다.

최근 정부가 최장 45일간 신규 가입자 모집 금지 등의 사업정지 처분을 내리면서 두달 가까이 장사를 못하게 되면서 실적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앞서 계열사인 KT ENS 직원의 금융권 대출 사기 사건도 KT의 평판에 금이 가는 사건이었다. 직원 개인의 일탈행위라며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 내부 통제가 엉망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sh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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