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태문영 기자 = 중국이 예금금리 자유화를 위한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했다.

중국이 금리 자유화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동시에 단기적으로 금리 상승에 따른 리스크가 크다는 우려도 있다.

채무부담 증가 등 단기적인 리스크는 중국이 금리 자유화 이외의 개혁에 미온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이유로 이해할 수 있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은 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미디어센터에서 금융개혁 관련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1~2년 안에 예금금리 자유화를 달성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우 행장은 금리 자유화의 전제 조건으로 여겨지는 예금보험제도를 1년 안에 도입하겠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시기를 제시한 저우 행장의 발언은 지금까지 중국 당국자들이 으레 보여주던 모호함과는 달랐다.

하지만, 인민은행이 예금금리 결정을 어떤 방식으로 시장에 맡길지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민은행 자문들은 저우 행장이 구체적인 시점을 제시함으로써 은행권에 변화를 이뤄내겠다는 압박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경제 구조를 수출에서 내수 중심으로 바꾸려면 소비자들의 소득이 늘어나야만 한다. 은행들이 더 높은 예금금리를 제공하는 것이 그 첫 단계에 해당한다.

◇ 단기 리스크 상존

중국 경제 전체로 보면 금리 자유화는 긍정적이다.

일반 예금자의 소득이 늘어나며, 은행들은 대출 시 채무상환능력을 더 꼼꼼히 평가하게 된다. 또 더 높은 대출금리를 수용할 의사가 있는 민간기업 대출이 늘어날 수 있다.

중국 전문가인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다른 금융시장 개혁과 마찬가지로 예금금리 자유화는 환영할만한 행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장기적인 편익이 있지만, 중국 금융체계에 파고든 왜곡으로 볼 때 단기적으로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금금리 자유화 초기에는 대출금리도 상승한다. 은행들이 더 많은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대출에서 이를 충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저우 행장 역시 "단기적으로 보면 금리 자유화로 인해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금리가 시장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채가 빠르게 불어나고 섀도우 뱅킹(그림자 금융)이 확장 일로에 있는 현재 상황에서 금리가 상승하면 지방정부와 부동산개발업체, 부채가 많은 기업의 채무부담이 가중된다.

은행이 더 높은 예금금리를 제공하지 못하자 규제를 피해 더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들이 출시됐다.

중국 은행들은 신탁회사와 손잡고 고금리 투자상품을 제공했으며 부동산개발업체나 지방정부 등 고위험 부문에 대출을 했다.

이러한 방법으로 은행들은 대출을 대차대조표에 기록하지 않아도 됐다.

이러한 섀도우 뱅킹이 성장하면서 수년간 중국의 부채는 증가했다.

그러나 경제 성장세가 둔화해 새도우 뱅킹 상품이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그 리스크가 금융체계 전체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 조심스러운 개혁

중국에서 금리 자유화 이외의 개혁은 여전히 진행속도가 더디다.

저우 행장은 위안화 완전 태환을 위한 일정이 아직 없다고 말했다.

자본 규제 완화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중국 지도부가 금리 결정을 시장에 맡기려는 민감한 상황에서 은행권을 해외 시장에 노출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조심스러운 행보는 다른 국가의 선례에서 비롯됐다.

미국은 1980년부터 예금금리에 적용했던 상한선을 철폐했고,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함께 올랐다.

은행이 예금자들에 이자를 지급하고자 무분별하게 했던 투자가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결국 수많은 은행이 문을 닫거나 정부의 구제를 받았다.

비슷한 시기 스웨덴과 노르웨이, 핀란드 모두 금리 자유화와 자본규제 축소를 동시에 실행하면서 위기를 겪었다.

중국은 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my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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