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구리와 철광 가격이 중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에 급락하고 있다.

여기에 위안화 급락에 따른 구리와 철광 담보물 청산 우려와 중국 기업의 디폴트 우려가 매도세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11일 상하이의 구리 선물가는 2.1% 하락한 46,250위안(7,532달러)를 기록해 7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날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3개월물 구리 가격은 2.5% 떨어진 6,470달러까지 하락했다. 이는 근 4개월래 최저치다. 지난 6일 이후 구리 가격은 600달러(8.9%)가량 밀렸다.

중국 톈진항구에 들어오는 철광석 기준가격은 이번 주에만 8.3% 하락했다. 이날 철광석 가격은 t당 104.90달러를 기록, 전날의 104.70달러에서 소폭 상승했다. 전날 가격은 2012년 10월 이후 최저치였다.

철광석 가격은 3월 들어서만 11% 하락했다.

◇ 위안화 하락…구리·철광 담보물 청산

상품 트레이더들은 구리와 철광 가격이 급락한 주요 원인을 위안화 하락으로 꼽는다.

차입을 위해 구리와 철광을 담보물로 이용한 기업들이 위안화 하락으로 구리와 철광을 확보하는 데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정상적으로 자금을 빌리기 어려운 영세 중국 기업들은 해외에서 구리나 철광을 사들여 이를 담보로 중국에서 위안화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확보한 자금은 운전자본이나 고수익 펀드, 다른 투기적 투자에 활용돼왔다.

지난 5년간 철광과 구리를 활용한 이 같은 기업들의 차입은 크게 늘어났으며, 특히 구리를 활용한 차입이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안 선물의 차오 진 선임 애널리스트는 "위안화의 최근 하락세가 구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압박을 가한다"고 말했다.

구리 가격이 계속 오르거나 혹은 현 상태를 유지한다면 기업들은 구리를 팔아 대출을 갚으면 된다. 또 구리가가 오르면 수익을 내기도 한다.

그러나 구리가가 하락하면 은행들이 손실을 우려해 청산에 나서게 돼 기업들은 자금 압박이 커지는 식이다.

또 투기적 투자에 나선 경우도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운전자본으로 대출한 기업들은 당장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있으나 투기를 목적으로 대출에 나선 경우는 다르다.

이들은 위안화가 하락하면 손실을 우려해 구리 투매로 나서고 구리 가격에 다시 하락 압력을 가하게 된다.

올해 들어 위안화는 미달러화에 대해 1.4% 하락했다. 이는 2013년 한해에만 2.9% 상승한 것에 비해 크게 하락한 것이다.

진 애널리스트는 "위안화 하락이 구리가 낙폭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라며 "중국 은행들이 관련 사업을 축소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철광 가격도 비슷한 경우다.

호주 광산업체 BHP빌리턴과 리오틴토는 전날 철광석 가격 하락은 중국의 신용 환경이 빡빡해질 것이라는 우려로 타격을 입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 中 경기 둔화 우려…中 회사채 또 디폴트(?)

지난 8일 중국의 무역적자가 2012년 2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는 소식도 구리와 철광 가격에 하락 압력을 가하고 있다.

주말 중국의 무역적자 소식 이후 10일 철광석 가격이 2012년 10월 이후 최저치로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이날 낙폭만 8%를 넘어섰다.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18.1%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수출이 크게 감소한 것은 춘제 연휴로 수치가 왜곡된 데다 작년 수출업체들의 송장 남발로 수출이 급증한 영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성장 엔진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또 전날 중국 태양광전지업체 바오딩 텐웨이 바오딩 일렉트릭(보정천위보변전기)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불거진 것도 구리 가격에 하락 압력을 가했다.

상하이 차오리의 중국 회사채 시장에서의 첫 디폴트 이후 기업들의 연이은 디폴트 가능성이 기업들의 자금 사정을 방증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웠다.

이날 바오딩 텐웨이는 손실 확대로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채권과 주식 거래를 모두 중단한다고 밝혔다.

BNP파리바의 스티븐 브릭스 애널리스트는 바오딩 텐웨이의 채권 및 주식 매매 거래 중지 소식도 구리가에 하락 압력을 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기업들의 차입 거래가 전보다 훨씬 덜 매력적인 상황이라 중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ysyo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