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순환 기자 = 수천억원대 대출 사기와 관련된 KT ENS가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KT의 자회사가 만기가 된 기업어음(CP)을 갚지 못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T ENS 측은 만기가 돌아오는 CP에 대응할 자금적 여유가 없어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게 됐다고 밝혔지만, 금융권에서는 책임 회피식 '꼬리 자르기'라며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강석 KT ENS 대표는 "해외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관련된 491억원 규모의 CP를 상환하지 못해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453억원의 CP를 상환한 이후 한달만에 491억의 추가 CP 상환요청이 들어오자 대응할 자금적 여유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날 만기가 도래한 CP는 루마니아에서 진행 중인 태양광사업 PF와 관련된 것으로 이미 17차례나 만기연장이 이뤄졌다.

다만, 대출 사기 사건이 발생하고 연장을 원하는 투자자를 모집하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모 기업인 KT 지원이 없었던 이유에 대해 "KT에서 직접 지원하려면 사업성을 비롯해 모든 것을 검토하고 분석해야 한다"며 "보통 석달 이상의 시간이 걸리지만, 상환 요청이 20일 정도로 짧아 KT로서 판단이 쉽지 않은 문제였다"고 밝혔다.

다만, 새로운 주관사를 선정하고 KT측에서도 새로운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시간 촉박해 투자자를 찾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전 회장과 현 회장과의 관계 단절을 위한 꼬리 자르기가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 "꼬리 자르기가 아니다"며 "시간이 있었다면 사업 정상화에 전혀 문제없었을 것으로 2~3년 정도 지나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금융권에서는 KT ENS의 결정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지면 채권 신고를 할 예정인데, KT ENS 측이 개인의 불법행위이지 회사의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 경우 법정 소송을 진행하겠다"며 공동으로 소송을 진행할지, 단독으로 진행할지는 추후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농협은행 관계자도 "전혀 생각지 못했던 사안"이라며 "내부적으로 (이번 신청 때문인 영향을)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강 대표는 이런 금융권의 의혹에 대해 "검찰 조사가 나와야 알겠지만, 저희보다 금융기관의 잘못이 더 큰 것 같다"며 "이런 CP를 발생하고 설계한 금융기관 입장으로는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판단에 앞서서 가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sh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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