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2000년대 초반 네이버 관계자들은 명함을 잔뜩 들고 부지런히 여의도 바닥을 누비며 언론과 시장 관계자들을 만나고 다녔다.

명함을 받아든 사람들은 당시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닷컴기업 중 하나 또는 포털 중 하나쯤으로만 여겼다.

2014년 2월 네이버는 시가총액 순위에서 포스코를 따돌리고 5위에 오르더니 3월에는 SK하이닉스 마저 밀어내고 4위를 차지했다. 시총순위 3위인 현대모비스와도 2조원 가량으로 좁혔다. 소위 재벌 계열사나 공기업, 금융기관도 아닌 벤처기업이 시총 상위 30위에 든 곳은 네이버가 유일하다.

이런 네이버가 중소인터넷 업체를 고사시키는 '공룡', '닷컴재벌'로 불리고 있다. 언론의 눈치를 보는 정부도 견제하기 시작했고 상생을 강요하는 모양새다. 타기업 인수합병(M&A)도 상생으로 포장해야 할 처지다.

그렇다면, 구글과 페이스북 등의 공세가 날로 거세지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함께 자국 검색시장을 유이(有二)하게 지키는 네이버에 대해 합리적인 비판이 나오고 있을까.

오히려 시총 순위가 높아질수록 건전한 비판보다는 오해와 비난이 쌓이는 형국이다. 오해를 풀어보고 건전한 비판으로 넘어가기 위해 문답식으로 풀어봤다.



◇ 네이버는 재벌이다(?) =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Chaebol(재벌)'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뜻은 이렇다. '한국의 대기업 형태, 대규모 사업 집단으로 가족 경영을 위주로 함. 가족으로 소유와 경영이 이뤄지며 가족의 폐쇄적인 소유와 경영, 지배가 특징'.

재벌을 이런 뜻으로만 보면 네이버는 재벌이 아니다.

모회사 격인 네이버의 최대 주주는 이해진 이사회 의장이다. 이 의장의 지분율은 고작 4.64%. 이 의장 포함해 특수관계자인 임원의 지분을 다 합쳐도 9.18%에 불과하다.

네이버 경영진은 자회사 지분을 단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모회사-자회사-손자회사의 단순한 수직 구조 체계이다. 대주주의 영향력은 네이버 하나에만 미치고 나머지 계열사는 업무 연관성만 유지한 채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세계적인 기업인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트위터 등과 비슷한 지배구조를 가졌다. 예를 들어 구글의 경우 구글 밑으로 60여개의 자회사들이 모여있다. 주요 자회사에 대해 모회사인 구글이 100%를 소유하고 있으나 구글의 주요 경영진은 자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오너일가가 여러 계열사의 지분을 조금씩 갖고 수많은 환상형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는 것과는 다르다. 네이버는 다른 '재벌'처럼 일감 몰아주기와 지원성 대출로 특정 개인의 자산을 증식할 수도 없다.



◇ 마구잡이 문어발 확장(?) = 정부가 분류하는 업종 수는 76개이다. 이 가운데 대기업들이 진출해 있는 업종 수는 63개에 달한다.

삼성그룹은 27개 업종, 현대차그룹은 26개 업종에 진출해 있고 SK와 GS그룹은 30여개 업종을 영위하고 있다. 한화와 CJ, 동부그룹은 각각 25개 업종, 롯데그룹은 24개 업종에서 장사하고 있다.

돈이 된다고 하면 법인 신설이나 M&A를 통해 진출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특정 기업이 계열사에 광고, IT, 건설, 부품 조달을 위탁할 수 있다. 일감을 계열사에 몰아줘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본격화되자 상위 그룹사는 총수일가 지분율을 낮춰 규제 대상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그러나 네이버는 6개 자회사와 20개 계열사를 모두 한 사업부로 통합할 수 있을 정도로 한우물만 파고 있다. M&A나 투자를 해도 검색 등 플랫폼이라는 큰 축을 벗어나지 않는다.

M&A실적만 보더라도 모두 주력 사업과 관련된 기업이다.

네이버는 그동안 서치솔루션, 큐브리드, 첫눈 등의 기업을 M&A했고 모바일 사업에서도 스타트업 기업인 브레인펍, 아이코텍트, 퀵켓, 고고룩 등을 인수했다. 2000년 한게임과의 합병 후 지난해 글로벌 사업을 위해 NHN엔터테인먼트라는 이름으로 분할하기도 했다.

 

 







◇ 우물 안에서 왕 노릇(?) = 네이버가 국내 인터넷 시장에서 절대적인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음하고도 제법 격차가 있다. 블로그, 지식인 같은 서비스를 확대하는 한편, 부동산 정보, 쇼핑 등에서 파워를 과시한다. 중소 인터넷 업계를 고사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여기서 기인한다.

그러나 네이버는 성장동력을 내부보다는 밖에서 찾고 있다.

우선 글로벌 모바일 서비스인 '라인(LINE)'이 네이버의 해외 사업 간판이다. 라인은 출시 33개월 만에 전 세계 사용자 3억7천만명을 돌파했다. 올해 목표는 5억명 돌파.

라인은 게임을 제외한 인터넷 서비스로는 해외에서 성공한 첫 번째 사례다.

네이버는 '글로벌은 로컬의 총합'으로 보고 있다. 각 지역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 지역별 만족도를 높이고 결국, 지역이 확대되면 글로벌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경쟁력은 글로벌 기업과의 전투에서도 살아남는 비결로 꼽힌다. 시총이 각각 190조원, 150조원에 달하는 미국의 페이스북과 중국의 텐센트도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호시탐탐 노린다. 페이스북은 이미 막대한 금액을 주고 세계 1위 모바일 메시징 업체인 왓츠앱을 인수했다.

그러나 라인의 저력은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지난해 11월 라인 가입자 2억3천만명 돌파 소식에 대해 "페이스북이 5년 만에 이룬 성과와 맞먹는 경이적인 기록"이라며 "라인이 주무대인 일본을 벗어나 동남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을 공략하기 시작하면 엄청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네이버 특집기사 'Now or Naver'에서 삼성증권 박재석 이사의 멘트를 인용해 "네이버가 해외에서 가지는 진짜 강점은 포털 비즈니스 분야에서 10년 넘는 경험을 쌓은 것'이라며 "라인은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게 만든 서비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또, 네이버의 자회사인 캠프모바일은 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한 '밴드' 등의 서비스를 해외로 확대할 계획이다.

커뮤니티기반 SNS인 밴드는 누적 다운로드 2천500만명, 개설 수 900만개로 20%가 해외이용자이다. 밴드는 월간 총 체류시간에서 지난해 10월 다음카페를, 11월에는 네이버카페를 넘어섰다. 또 스마트폰 서비스인 도돌을 앞세워 일본과 대만, 인도네시아, 태국, 인도에서 이용자 확대를 추진 중이다.

캠프모바일은 지난해 12월 전화번호 식별 앱 '후스콜(whoscall)' 개발사인 대만업체 고고룩을 인수하기도 했다.

scoop21@yna.co.kr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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