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잊을만 하면 되풀이되는 중국의 경기둔화 가능성이 다시 금융시장을 괴롭히고 있다.

미국과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대부분 타격을 받은 가운데 상하이종합지수는 약 두 달 만에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2,000선 밑으로 내려간 상태다.

중국 정부가 지난주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작년과 같은 7.5%로 유지했음에도 세계 경제의 견인차 구실을 하는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회사채 디폴트 발생·수출 실망감 겹쳐

이번 우려는 지난 7일 태양전지업체 상하이차오리가 중국 채권시장에서 처음으로 회사채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일으킨 뒤 다음날 2월 수출마저 실망스럽게 나오면서 크게 확산했다.

지난달 중국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1% 감소해 시장 예상치 5% 증가에 크게 못 미쳤다.

같은 달 수입은 시장 예상을 앞선 10.1%의 증가율을 보여 2월 무역수지는 2년 만에 가장 큰 229억8천만달러(약 24조4천억원)의 적자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춘제(春節) 연휴로 수치가 왜곡됐을 수 있고, 작년 수출업체들의 송장 남발로 수출이 급증했던 데 따른 반작용이라는 해석을 내놨지만, 상하이차오리의 디폴트로 중국 기업들의 자금 사정에 대한 우려가 커진 터여서 시장에 안도감을 주지 못했다.

이에 더해 지난 12일에는 태양광 패널업체인 바오딩(保定) 톈웨이바오볜(天威保變)전기유한공사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끝에 상하이증권거래소로부터 회사채 거래 정지 처분을 당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져 연쇄 부도 불안감은 더 커졌다.

중국 경제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로 꼽혀온 물가가 낮아진 점은 경제 활력이 시들고 있다는 해석도 낳고 있다.

중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대비 2% 상승하는데 그쳐 13개월만에 가장 상승폭을 나타냈다.

같은 달 생산자물가는 전년대비 2% 하락해 24개월 연속 떨어졌다.

◇금리는 안정…이날 산업생산·소매판매 주목

회사채 디폴트 사태에도 다행히 작년 여름과 올해 초 나타났던 신용경색이 재발할 조짐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달 18일 이래 매번 정례 공개시장조작(OMO)에 나서 환매조건부채권(레포) 발행으로 시중 유동성을 회수하고 있지만 단기금리는 오히려 하락 추세다.

중국 단기자금시장의 지표금리로 쓰이는 7일물 레포 금리는 지난 1월부터 2월 중반까지는 4~5%대에서 움직이다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12일에는 2.42%까지 내려왔다.

그만큼 시중 유동성은 빠듯하지 않다는 의미다.

게다가 인민은행이 2012년 5월 20%로 0.5%포인트 인하한 뒤 유지해온 지급준비율(RRR)을 소폭 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신용경색이 재발할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평가된다.

수출 부진이 경기둔화 우려의 기폭제로 작용한 만큼 13일 오후에 발표되는 1~2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는 예전에 비해 시장의 관심이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우존스 집계에 따르면 1~2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9.5%로 지난해 12월 9.7%에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12월 13.6%를 보였던 소매판매 증가율도 1~2월에는 13.5%로 소폭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마크 윌리엄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중반 이래 신용증가세가 둔화한 점이 계속 투자지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투자 둔화가 산업생산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1~2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는 춘제 연휴에 따른 지표 왜곡을 피하기 위해 두 달치가 한꺼번에 발표된다.

sj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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