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창의 M&A 이슈> 오텍캐리어 에어컨을 아시나요

2014-03-24     이규창 기자
(서울=연합인포맥스) 오텍[067170]과 오텍캐리어, 오텍캐리어냉장, 한국터치스크린을 거느린 오텍그룹의 과거와 현재를 보면 우리나라의 중견·중소기업이 처한 현실과 인수합병(M&A) 방향이 보인다.

국내에서는 삼성,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과의 경쟁을 피해 틈새시장을 찾아야 하고 해외에는 아직도 값싼, 그러나 갈수록 품질이 개선되는 중국 기업보다 나은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약간의 이익이라도 안정성이 보장된다면 주력 사업이 아니더라도 일단 확보해놓고 봐야 한다.

따라서 탄탄한 지원 조직을 거느린 대기업 오너와 달리 중견·중소기업 오너 중에는 자의 반 타의 반 M&A와 구조조정 전문가가 많다.

올해 '제2의 창업'을 선언한 오텍그룹이, 지난 20일에 만난 강성희 오텍그룹 회장이 딱 그렇다.

기아자동차 협력사의 영업담당 이사로 근무하다가 회사가 어려워지자 사업부문을 떼 2000년 오텍을 창업한 강 회장은 삼성자동차에 납품을 시작했다. 그러나 삼성차마저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생각을 바꿨다.

'수요가 적어도 대기업 등이 관심 없는 사업을 하자'

그 결과 오텍은 앰뷸런스, 장애인차, 냉장탑차, 도로청소차 등 특수목적차량 부문에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현재는 차량용 냉동기와 응급 의료기기로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성장동력이 필요했다.

강 회장은 2011년에 에어컨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캐리어의 한국 법인을 전격 인수했다. 당시 캐리어 한국 법인은 만성적자에 시달렸다. 물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서로 잡아먹을 듯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에어컨 사업이라니…'라며 주변에서 의아하게 생각했다.

강 회장은 캐리어의 중대형 에어컨 기술력을 봤다. 가정용보다는 중대형 에어컨, 빌딩의 냉공조시스템, 심지어 발전소와 열차, 선박의 냉공조시스템 시장을 본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냉공조 빌딩솔루션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나 기술력 우위와 캐리어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오텍캐리어는 인수 첫해부터 흑자를 냈고 올해는 6천억원 매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룹 전체 매출목표 7천400억원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지난 3년간 조직개편, 제품 포트폴리오 조정, 디자인 개선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강 회장의 판단이 늘 옳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터치패널 등을 생산하는 한국터치스크린 실적을 언급하자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2007년 교보증권 등과 함께 인수한 한국터치스크린은 지난해 적자를 보였다. 2012년에도 22억원대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다만, 올해 1분기부터는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전자 대기업과 거래에 실패한 후 일본 샤프, 파나소닉과 거래선을 트고 자동차, 에어컨 등 터치스크린이 적용되는 제품으로 공급을 확대한 덕이다. 너도나도 진출했던 관련 중소기업들이 도태되면서 반사이익도 얻고 있다.

오텍그룹은 최근 체육진흥투표권(일명 스포츠토토) 사업권 입찰에도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강 회장은 2011년부터 서울시 장애인보치아연맹 회장을 맡아왔고, 오텍그룹은 이보다 앞선 2009년부터 매년 서울 장애인보치아 대회를 주최하고 있다. 장애인단체의 요청도 커지고 있다. 판매 수익금이 체육관련 단체나 비인기 종목에 투자되는 스포츠토토의 명분과 맞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고 그룹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도 검토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텍그룹은 한 때 관심을 뒀던 동양매직 입찰도 포기했다. 스포츠토토와 동시에 추진하기도 어렵지만, 국내 대기업은 물론 중국 하이얼 같은 곳과 백색가전 등에서 경쟁하기 쉽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오텍그룹은 성장과 생존을 같이 고민해야 하는 중견·중소기업이 대기업 공세와 저렴한 중국 제품 사이에서 성장동력을 찾고 M&A로 헤쳐나가야 하는 현실을 온몸으로 대변하고 있다.

(산업증권부 기업금융팀장)

scoop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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