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GS의 '신사협정', 명분만 남고 실제로는

2014-03-24     강규민 기자

(서울=연합인포맥스) 강규민 기자 = LG그룹과 GS그룹이 성장동력 확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면서 과거 맺었던 일종의 상호불가침 원칙이 흐려지고 있다.

점차 겹치는 사업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의 경쟁도 점차 빈번해질 전망이다.

24일 재계 등에 따르면 한가족이었던 LG그룹과 GS그룹은 지난 2004년 7월1일에 분리되면서 향후 5년간 각자의 주력사업에 진출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신사협정을 맺었다.

2009년 7월1일부로 약속기간이 끝났으나 양측은 동업자정신은 유지된다고 강조해왔다. 여러 경로로 구씨와 허씨 일가의 돈독한 관계도 확인됐던 바이다.

그러나 양 그룹이 사업을 확장하면서 신사협정은 명분만 남게 됐다.

GS그룹은 2009년에 쌍용(현 GS글로벌)을 인수하면서 상사업에 진출하면서 LG상사와 경쟁을 하게 됐다. 물론, 여기까지만 해도 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 경영에 상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LG그룹 측도 별다른 불쾌감을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2011년 수처리 운영 전문업체 대우엔텍 인수전에서 LG전자와 GS건설이 맞붙으면서 경쟁구도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대우엔텍은 결국 LG전자의 품으로 돌아갔다.

이후 서로 경쟁적으로 M&A를 통해 수처리 사업을 확대했다.

GS건설은 2012년에 스페인의 세계적인 수처리 기업 이니마를 인수했다. 당시 GS건설 측은 이니마를 2020년까지 매출 1조원이상 규모로 성장시키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LG화학은 최근 미국 수처리 역삼투(RO) 분리막(membrane. 멤브레인) 제조사인 'NanoH2O'를 인수했다. LG화학은 NanoH2O를 인수하면서 수처리 필터 분야의 세계적인 메이저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다짐도 밝혔다.

수처리 사업도 여러 단계가 있어 다르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 수처리 필터 제조사인 웅진케미칼을 놓고 LG화학과 GS에너지가 경쟁한 것만 봐도 신사협정은 염두에 두지 않은 셈이다.

LG와 GS그룹은 2차전지 시장에도 함께 진출해있다.

2차전지 음극재를 개발한 GS칼텍스는 2011년 말에 2차전지 양극재 업체인 대정이엠의 지분율을 늘려 2차 전지 양극재 분야의 기술과 생산시설을 확보했다.

2012년에 GS칼텍스로부터 2차전지 소재 사업을 양도받은 GS에너지는 올해 사업강화를 위해 500억원 규모의 연구소를 설립할 예정이다.

LG화학은 그전에 2차전지 양극재 기술 개발에 성공해 생산에 들어가는 등 사업을 확대하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LG와 GS가 STX에너지(현 GS이앤알) 인수전에서 손잡았다는 점에서 신사협정의 유효성을 언급하고 있으나 GS가 경영권을 갖고 LG상사가 유연탄을 공급한다는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일 뿐이라는 분석이 더 우세하다.

GS 측이 STX에너지를 인수하면서 딸려온 STX솔라를 매각하려는 것도 LG의 태양광 사업을 의식했다기보다는 부진한 업황에 따른 STX솔라의 부실 문제가 더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양 그룹뿐만 아니고 대기업들이 성장동력을 삼은 분야가 비슷한 경우가 많다"며 "사실상 명분만 남은 '신사협정'을 강조할수록 양 그룹의 관계를 의심하는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kkm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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