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창의 M&A 이슈> 삼성에버랜드 주식 살 수 있을까
2014-03-31 이규창 기자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거론할 때 항상 나오는 질문이다. 삼성에버랜드 상장에 따라 경영권 승계 자금이 어느 정도 마련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추정가가 거론되지만 한참 기다렸다가 산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삼성에버랜드를 중심으로 한 사업조정과 인수합병(M&A)이 활발하다.
삼성물산과 삼성에버랜드는 최근 수도권 알짜 골프장인 레이크사이드CC를 인수했다. 인수금액은 3천500억원으로 삼성물산이 80%인 2천800억원을, 삼성에버랜드가 나머지 700억원을 각각 부담했다.
일단 해당 거래는 겉으로 삼성물산발 M&A로 볼 수 있다.
회원제 18홀, 대중제 36홀을 보유한 레이크사이드CC의 운영사인 ㈜서울레이크사이드는 지난 2012년 175억원의 영업이익에 6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2011년에는 165억원의 영업이익에 11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는 등 많은 회원제 골프장이 경영난에 빠진 것과는 다르다.
더군다나 에버랜드와 연계된 개발이 본격화되면 공사수주물량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혜택은 삼성에버랜드로 쏠린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도상으로 용인 소재 에버랜드와 레이크사이드CC는 15km, 삼성에버랜드가 운영하는 대중제 골프장 글렌로스CC와 레이크사이드CC는 18km 정도 각각 떨어져 있으나 직선거리로는 수km에 불과하다. 도로를 내면 에버랜드와 글렌로스CC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다. 또, 그 일대에 추가 골프장, 테마파크, 쇼핑몰 등을 건설하면 말 그대로 '삼성타운'이 형성된다. 이미 주변 땅값이 급등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삼성에버랜드는 비교적 적은 돈으로 적잖은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그동안 삼성그룹의 삼성에버랜드 가치 높이기는 착착 진행돼왔다.
삼성에버랜드는 지난해 제일모직의 핵심사업 중 하나인 패션사업부를 넘겨받았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급식사업과 식자재 유통사업을 분리해 삼성웰스토리를 설립해 경쟁력을 갖추도록 했다. 올해 들어서는 4천800억원을 받고 건물관리사업을 에스원에 양도해 자금력도 보충했다.
삼성에버랜드의 매출액은 2012년 2조7천26억원에서 지난해 3조2천261억원으로, 영업이익은 692억원에서 1천111억원으로 각각 급증했다. 전년대비 당기순이익 규모가 줄기는 했으나 성장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M&A 자문업계 관계자는 "이미 삼성에버랜드를 통해 안양CC, 가평베네스트GC, 안성베네스트GC, 동래베네스트GC, 글렌로스GC 등을 보유한 삼성 측이 단순히 골프장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레이크사이드CC를 인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또한 삼성에버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작업"이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나중에 삼성에버랜드가 상장되더라도 가격이 높아 개미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삼성에버랜드뿐만 아니고 삼성그룹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전면적인 사업조정을 하고 있으나 오너 일가가 공통으로 지분을 보유한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중심의 거래를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증권부 기업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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