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의사록 "장기금리 조절할 정책 필요"(상보)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시장금리를 조절한 대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금융안정 측면에서 장기금리 위주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것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은행이 1일 공개한 6월 금통위 의사록(6월12일 개최)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제고하고 금융안정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수단을 확보할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한은의 경우 특히 장기금리 및 만기별 스프레드의 변동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국내 장기금리도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금융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과거 놈(norm·표준)이 더 이상 현재의 놈이 아니기에 적극적으로 다양한 정책수단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초만 해도 국고 3년물과 10년물의 금리는 각각 2.9%, 3.7%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후 외국인의 10년 국채선물 매수와 유럽중앙은행(ECB)의 부양책, 국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 등이 겹치며 반 년동안 국고 3년물은 10bp, 50bp가량 떨어졌다.
기간별 수익률 곡선이 평탄해졌다(커브 플래트닝). 다시 올해 초 수준으로 돌아간다고 하면 장기금리가 크게 튀는 셈이다. 장기금리 급등은 기업과 가계의 대출금리를 끌어올리고 금융기관의 자본손실을 키워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할 대책을 금통위가 고민한다는 뜻이다.
지난달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 취임 초기에는 성장세가 한은의 전망과 같다면 기준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선언했지만, 세월호 참사 여파로 내수부진 우려가 불거져 인하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금통위도 이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다른 금통위원은 "민간소비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둔화 국면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여 올해 성장의 하방위험 요인이 될 것이다"며 "세월호 사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은 일시적일 것으로 판단되나 가계부채 부담, 고령화와 노후대비 저축유인 등으로 소비성향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등 우리 경제가 새로운 장기균형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구조적인 소비둔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내수 부진 외 미시적인 부분에서는 단연 가계부채가 화두였다. 가계부채 누증과 내수를 연결한 견해부터 금리정책으로 부채가치를 떨어뜨리자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통화정책이 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신용시장을 보면 먼저 양적인 측면에서 가계와 기업의 소득대비 부채스톡이 원활한 성장을 제약하는 수준에 근접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지속적인 수준 관리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금통위원은 "가계부채를 고려한 통화정책 스탠스와 관련하여 외국 중앙은행이 택해 온 정책에는, 첫째, 부채의 가치를 절하하거나, 둘째, 기준금리를 소폭 높게 유지하여 부채증가를 억제하거나, 셋째, 금융 불균형이 위험 요인화 될 가능성을 관계기관간 전화기 역할과 일반 경제주체들을 대상으로 한 마이크 역할을 통해 경고하는 방안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타국의 사례를 통해 우리에게 적합한 대안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고 덧붙였다. 첫째 방안은 기준금리를 인하해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키고 이에 따라 부채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정책 경로로 해석할 수 있다.
물가는 한은의 전망치를 벗어나 목표범위를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 금통위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근 원화환율 절상 및 이에 따른 수입물가 하락과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미약하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하반기 전망치(2.7%)를 계속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이 경우 물가안정목표 하한인 2.5%를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봐다.
이에 대해 다른 위원들은 기저 효과 등으로 물가가 오름세를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고 한은은 원화강세가 거세지면 물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위원이 기준금리를 헝가리처럼 10bp만 내린 사례를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지 물었지만, 한은은 우리의 기준금리 수준이 다소 높아 그 정도는 시장금리에 영향을 끼치기 어렵다고 답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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