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전쟁에 춤추는 달러-원…외인 언제 채권 샀나
2014-11-19 이재헌 기자
19일 연합인포맥스의 외국인 현물채권 순매수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13일 2조3천843억원의 원화채권을 사들이며 올해 들어 가장 강한 매수세를 보였다. 당시 통화안정증권 91일물과1년물, 2년물을 쓸어담았다. 이를 기점으로 외국인의 원화채 보유액은 약 1년 2개월 만에 100조원대를 회복했다.
이후 외국인은 지난달 20일과 이달 17, 14일 순으로 원화채권을 대거 순매수했다. 이 네 날의 순매수량이 지난달 13일부터 현재까지의 순매수량 중 69.4%를 차지한다.
이 나흘의 특징을 보면 달러-원 환율과 상관관계가높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최대 순매수를 보인 지난달 13일은 국내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의 이탈이 가속화하며 달러-원 환율이 1,070원대에 안착했다가 반락하는 시점이었다. 당시 환율의 박스권 상단이었다.
이달 14일과 17일은 모두 달러-원 환율이 1,00원대에 육박하거나 이를 넘었다. 단기적으로 원화가치가 저점으로 인식됐을 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종료가 결정됐고 금통위 이후 국내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약화했지만, 환차익이나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노린 투자를 지속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 은행의 채권 딜러는 "최근 외국인의 선물 매매가 순매도를 보여 이들의 원화채 매매에 대한 우려도 일부 나왔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환율 상승을 기회로 보는 듯하다"며 " 어차피 이달이나 12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부분도 있을 텐데 이를 회수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 것만으로 긍정적인 시각이 유지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이 중의원을 해산하고 소비세 인상 연기를 공식적으로 발표했기에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특히, 우리나라 외환 당국이 엔저에 맞춰 원화절하를 유도하면 외국인의 현물 수급도 안심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한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다 보니 무역교역량도 크게 늘기 어렵고 신흥국에 대한 외환보유액 투자도 관망세를 보일 수 있다"며 "다음 달 외국인의 원화채권 만기가 많은 데 환율 수준이 더 오르면 재투자가 지연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음 달 외국인의 원화채 만기 도래는 약 5조4천억원가량이 예정돼 있다.
한 외국계 은행의 채권 딜러는 "통화정책으로 보면 내년이 승부 점이라 보는 시각도 있지만, 환 변동성이 지금처럼 크면 외국인은 환차익으로 전략의 우선순위를 바꾸게 될 것이다"며 "엔화를 따라 달러-원 환율이 급하게 오르면 1,100원대 중반에서부터는 더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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