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1천조 시대①] '글로벌 넘버2'로 점프…5년 성장세 독보적

2022-01-10     진정호 기자

≪※편집자 주 = 국민연금의 기금 자산이 1천조원을 넘어서는 시대가 가시권에 있다. 지난 1988년 5천억원으로 첫발을 내디딘 지 34년 만이다. 다만 올해는 글로벌 통화 긴축에 따른 자산 가격 변동성 확대 때문에 성장 속도가 둔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 연기금 또한 사상 처음으로 자산 규모가 20조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연합인포맥스는 국민연금과 글로벌 연기금의 비교와 전망, 기회와 위기 요인을 짚어보는 기획을 총 여섯 꼭지에 걸쳐 준비해봤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서영빈 기자 = 국민연금은 지난해 '글로벌 넘버투'로 올라섰다.

국민연금의 총 기금자산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917조7천751억원원에 달했다. 2020년 말 기준 833조7천280억원 대비 1년도 안 돼 84조230억원이나 증가한 수치다. 국민연금은 2018년 말 기준 638조7천810억원에서 2019년 말까지 약 100조원, 이후 2020년 말까지 1년 만에 또다시 자산이 약 100조원 급증하면서 어느덧 기금 1천조원 시대를 눈앞에 두게 됐다.

국민연금은 폭발적인 기금 성장세에 힘입어 글로벌 연기금 중에서도 확실한 '큰손'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국부펀드·연기금 분석기관 글로벌SWF의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1월 현재 운용자산(AUM)이 7천760억달러로 전 세계 연기금 중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기금 규모가 1조7천470억달러로 1위인 일본의 공적연금(GPIF)과는 격차가 크지만 3위인 미국 연방퇴직저축투자이사회(FRTIB·7천350억달러), 4위인 네덜란드의 APG(7천270억달러)와 함께 2위 그룹을 다지고 있다.

전 세계 주요 국부펀드(SWF)와 묶어서 순위를 산출해도 국민연금은 상위권이다. 통합 순위를 보면 일본 GPIF가 여전히 1위인 가운데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가 1조3천320억달러로 2위, 3위는 1조2천220억달러인 중국 국부펀드(CIC)다. 뒤를 이어 아랍에미리트연방(UAE)의 국부펀드 ADIA(8천290억달러)가 4위, 중국 국가외환관리 투자기업(SAFE IC)이 8천170억달러로 5위였으며 국민연금은 그다음인 6위였다. 국민연금은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7천440억달러·7위)보다 덩치가 더 커졌다.



◇5년간 기금 성장률 65%…글로벌 평균 크게 웃돌아

지난 몇 년간 글로벌 연기금은 전반적으로 급성장하는 추세였다. 주요 연기금이 갈수록 미국 주식과 인프라·부동산·벤처캐피털 등 대체투자의 비중을 늘리는 가운데 이들 자산의 가치가 특히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글로벌SWF가 집계한 전 세계 275개 주요 연기금의 총 운용자산은 작년 12월 말 기준 21조4천억달러에 달했다. 사상 처음으로 운용자산 총액이 20조달러를 넘어섰다. 집계 대상인 전 세계 161개 국부펀드의 총 운용자산도 작년 말 기준 10조5천억달러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0조달러를 넘어섰다.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유동성에 국제 연기금·국부펀드 업계는 자산 30조달러가 넘는 거대 시장이 됐다.

국민연금의 성장세는 이처럼 업권 자체가 급성장하는 와중에도 돋보였다.

글로벌 연기금의 운용자산은 2016년 말 14조5천억달러에서 작년 말까지 5년간 약 48% 불어났다. 이 기간 국민연금 기금은 558조2천990억원에서 918조원까지 약 65% 증가했다. 작년 11월과 12월 증가분까지 더 하면 증가율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의 지난 5년간 성장률은 업권 전체 성장률을 17%포인트 이상 웃돈 셈이다.

국민연금의 성장률은 특히 2019년에 눈에 띄었다. 이 해 국민연금의 운용 수익률은 11.34%로 기금운용본부가 설립된 이래 최대 수익률을 달성했다. 이 기간 글로벌 연기금 전체 운용 수익률은 3.4%에 불과했다.
 

 

 

 


◇해외주식·대체투자 집중…VC는 여전히 보수적

글로벌 연기금의 자산이 가파르게 성장한 배경에는 주식과 대체자산이 있었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 부문의 수익률은 42.5%로 전체 자산 중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사모펀드(PE)가 37.8%, 상장주식이 19.3%의 수익률을 올렸고 인프라(8.4%), 헤지펀드(6.4%)도 실적이 좋았다. 대체자산과 주식이 시장을 밀어 올리는 가운데 채권만 -0.9%의 손실을 기록했을 뿐이다.

글로벌 연기금이 지난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자산을 부동산과 인프라, PE, 벤처캐피털(VC) 등에 투자한 것도 이같은 흐름과 맞물려 시너지를 냈다. 275개 연기금이 지난해 사모시장에 신규 투입한 자금은 1천129억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연기금 중 가장 많은 자금을 사모대체 부문에 투자한 기관은 캐나다연금투자이사회(CPPIB)로 액수는 237억달러에 달했다. 이 가운데 61%를 부동산에 배정했다.

사모대체 시장에선 시대 흐름에 따라 선호 분야가 달라지는 양상도 나타났다. 신흥시장은 지난해 글로벌 연기금의 사모대체 투자금 중 22%만 끌어들여 6년래 비중이 가장 작아졌다. 반면 부동산으로 들어가는 자금은 상당수 벤처캐피탈로 옮겨갔는데 2016년의 경우 전체 사모대체 투자금의 절반이 부동산에 투입됐으나 지난해에는 3분의 1로 줄었다. 대신 기술과 소비재, 헬스케어 부문이 신규 자급을 대거 흡수했고 벤처캐피탈 시장도 급성장했다.

국민연금도 이같은 세계적 추세에 보조를 맞추는 모습이다. 작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목표 비중은 전체의 13.2%다. 이를 2025년엔 15% 이내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다만 국민연금의 벤처캐피탈 투자 비중은 전체 운용자산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작다. 국민연금은 대체투자와 해외주식 비중을 과감히 늘리며 보수적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일부 탈피했으나 위험이 큰 스타트업 분야는 여전히 신중히 접근해 글로벌 연기금과 차이를 보였다.

SWF글로벌은 "국민연금은 자국 대형 스타트업들에 빠르게 투자하고 성공적으로 자금을 회수하면서 보수적 투자자라는 평판을 다소 떨쳐냈으나 여전히 벤처캐피탈 비중은 작다"며 "앞으로 관련 비중을 더 늘릴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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